지금 그게 중요한가?
단 하루를 살아낼 힘조차 내겐 지금 부족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에서 깨고 싶지 않아 다시 눈을 붙였다 떼니 바로 달려 나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팀장님에게 아파서 못 나갈 것 같다 죄송하다 문자를 보냈다. 답이야 오건 말건 그냥 다시 자버렸다.
몇시간 뒤 잠에서 깨 확인해 보니 문자는 읽음 처리가 되어 있었으나, 알겠다는 등의 답장은 없었다. 내 갑작스런 연차가 마음에 안 들었겠지.
찝찝했지만, 그 딴 게 중요한가 싶었다.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팀장 본인은 팔짱 끼고 코 골면서 자고, 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뒷돈 받아서 팀 프로젝트를 엉망진창으로 만들면서, 내가 아파서 연차 하루 쓰는 걸로 나를 못마땅해하는 게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오늘 들으니 연차를 기지고 내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뒷담화를 했던 것 같다. 이런 팀장에게 그런 피드백을 들어서 눈 밖에 나도 나는 아쉽지 않다. 일단 지금은 그렇다.
세달 정도 나름 잘 지냈던 것 같은데, 또 다시 공황과 우울의 굴레에 빠져들었다.
며칠 전 택시를 타고 집에 가다 암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딱히 하려던 말이 있었던 건 아닌데, 하고 싶은 말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뱉어버렸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렇게 힘들어야 해?“
눈물이 터져나왔다.
괜찮지 않다.
숨 막히는 불안감, 좌절감, 자책감, 무력감, 공허함.
지금은 단 하루를 버티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살지 않으면 안되니까, 죽지 못해 사는 기분이다.
작년 10월 말, 한바탕 마음 고생을 한 후로 나름 애를 많이 썼다.
운동에도 매달려 봤고, 글도 써봤고, 루틴도 만들어 보려고 했고, 플래너도 써봤고, 그림도 그려봤고, 상담에도 돈을 쏟았다.
그리고 다시 이 상태다.
더는 무엇을 하고 싶지도 않고, 노력할 힘도 없고, 오히려 허무함과 절망감, 배신감만이 가득하다.
정말 잘 살고 싶었는데, 잘 안 살아져도 부던히 조금씩이라도 애를 썼던 것 같은데, 무용지물이다.
스스로조차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도 안되게 큰 불안에 압도되어 걸어다니는 시체가 되고,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과 행동을 하며
원하던 것들로부터의 거리가 더 멀어진다.
한창 이직을 준비하려 마음을 가다듬고, 뭔가 열심히 해보려던 순간에 이렇게 되어 버려서
더 화가 나고 좌절스럽고 실망스럽다.
나는 안될 사람인가보다.
지금은 좀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