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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와 유기불안

by 정좋아

마음에 드는 아이가 오랜만에 다시 생겼다.


요며칠 난리도 아니었다. 카톡 답장 텀 한시간에 숨이 안 쉬어졌다, 심장이 터지려했다 난리였다.


트라우마처럼 공황이 찾아왔다.


어쩌면 나를 배려한 걸지도 모르는 말 하나에도 거절이라고 생각해 가슴이 내려 앉았고,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일지, 마음 따뜻하고 착한 아이에서 쓰레기 개XX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름을 바꿨다.


사실 오늘은 이 아이를 만나는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손 꼽아 기다려 오던 날이다. 오늘 만나서 같이 카페에 가 일을 하기로 했다.


이날을 위해 옷도 주문했다. 어제 밤에는 뭘 입을지 고밈하다 잠 들었다.


그런데, 어제 심리 상담 선생님이 나에게 밀당을 하며 휘둘리지 않아야 내 불안을 낮출 수 있다며, 밀당을 권했다. 당장 다음날 약속도, 취소하거나 뒤에 다른 일이 있으니 오래 못 본다고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자기 전에 그렇게 연락을 했고, 아침에 답이 왔다. 낮에 일이 있어서 내가 저녁에 약속을 가야 하면 시간이 어려울 것 같다고.


그때부터 후회가 밀려오고, 멘붕이 찾아왔다.


급하게, 연애 문제로 골머리를 알을 때마다 연락하는 심리상담생을 찾았다. 차라리 솔직하게 하라고.


그제서야 다시 연락해 약속 취소했으니 이따 보자고, 너 보려고 약속을 취소했다고 그 아이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이미 낮에 있던 일정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약속을 가라고, 다음에 보자는 답장이 돌아왔다.


그때부터 다시 불안이 증폭됐다. 네이버에서 심리 상담 자격을 가진 심리 상담사가 아닌, 연애 상담사들을 찾아 연락을 했다.


다들 저 친구는 나쁜 놈이라고 했다.


진정이 안돼, 처음 상담해보는 심리 상담사 선생님과도 상담을 했다. 유기 불안이 있는 것 같다며 어릴 적 이야기를 물었다. 유기 불안. 상담할 때 가끔 언급되는 나의 문제였다. 그리고 약간은 편집증처럼 자꾸 확실치 않은 상황을 사실로 믿고 미리 고통 받고 이쓴는 것 같다고.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나는 이 친구가 여전히 개XX가

맞는 것 같아 그 친구가 일정이 끝났다고 연락을 하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오해를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가 나에 대해 가진 마음이 진심이 이닌 것 같다는 맥락으로, 차분한 목소리로, 논리적으로, 따박따박 읊었다. 내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내 말이 맞는 것 같다고 그 아이는 수긍했고, 나에게 마음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 잠시 후에 전화릉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두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나는 또 다른 연애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람은 내가 이기적인 것 같다고 했다. 전해진 약속이 있는데 갑자기 이중 약속을 털어놓고, 그러다 츼서했다고 또 보자고 하고, 그게 안되니 화를 내몀 상대가 당황하지 않겠냐고. 듣고 보니 그랬다.


그러던 중 전화가 왔다. 일단 사과를 했다. 괜찮다고 했다.


그 아이의 말은 이랬다. 그 일정은 원래 저녁이었는데 나를 만나기 위해 일정을 오전으로 당겼다고. 그런데 내가 안된다고 하니 일정을 연장했는데, 또 자기 스케줄에 맞춰 옮긴 일정인데, 그 일정 연장한 걸 취소하기에는 곤란했다고.


그 말을 들으니 아차 싶었다.


그 와중에 이 아이는 나한테 기분이 괜찮냐고, 아까 좀 화 난 것 같았다고 했다. 음… 좀 놀랐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닥달하고, 화 낸 사람한테 기분이 괜찮냐고 물어봐 주다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되게 괜찮은 아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서웠다. 내 불안과 걱정으로, 괜찮은 사람을 오해하고, 놓칠 수도 있겠구나.


일단, 잘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마음 한켠엔 불안하다. 내 부끄러운 모습, 조급한 모습을 이 아이한테 들킨 것 같아서.


슬프다. 찝찝하다.


공황과 유기 불안 앞에서 나는 이성과 통제력을 완전히 잃는다.


오늘도 상담에만 수십만원을 썼고, 밥은 한 끼도 못 먹고, 하려고 했던 일은 하나도 못했다.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내 의지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데,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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