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른 일 없는.
별 계획이 없었는데 연휴가 다가왔다. 어딘가는 가고 싶고, 당시 남자친구가 나를 만나주고 같이 어딜 가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래주지 않을 것 같단 생각에 불안했고, 그래서 익숙하게 속초행을 택했다.
(그리고 속초로 떠나는 날 오전에 남자친구에게 톡으로 이별을 통보했다.)
엄마가 나를 혼자 보낼 수 없다며 나와 함께 했다.
사실, 출발하는 날 오전에, 아니 그 전날부터 나는 공황 상태였다. 불안 속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헤어지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래서 속초로 가는 길 내내, 약을 먹고 잠을 잤다. 깨어 있는 것 자체가 괴롭고, 초조했고, 절망적이었기에 한없이 잠을 잤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엄마와 잠시 해변가 유명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고, 빵을 포장해 왔다. 바다도 보지 않고, 돌아와 나는 다시 잠을 잤다.
사실 속초는 최근 5년 사이에 10번은 넘게 왔기에 새로울 것이 없었다. 어디에서 뭘 하면 좋은지 다 알고 있고, 얼마나 좋은지 아는데, 새롭진 않았다.
엄마에게 미안했다. 이렇게 방에만 있어도 괜찮냐고 하자 엄마는 돌아다니는 게 귀찮다고, 내가 제일 중요하다며, 이렇게 쉬는 게 좋다고 했다.
진심인지 모르겠단 생각은 들었는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 엄마 성격을 생각하면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자고 나니 밤이 되었다. 밤이 되었고, 한참을 자고 나니 조금 상태가 나아져 있어 엄마에게 나가자고 했다. 밤 바다를 보고, 사진도 찍었다. 물회도 먹었다.
그리고 돌아가 다시 잤다. 그러곤 새벽에 혼자 일어나 일출 요가를 하고 돌아왔다.
또 자다가, 인기 빵집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가 빵을 사왔다. 엄마와 나눠 먹었다.
체크아웃을 하고는 내가 늘 속초로 갈 때면 가는 코스를 그대로 갔다. 옹심이를 먹고, 문우당 서림이라는 서점에 갔다가, 단골카페에 들러서 바다나 호수를 보며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번엔 엄마가 함께 해주었다.
“엄마. 엄마가 함께 해주었는데, 그 시간에 온전히 몰힙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
서점에서는 네권의 책을 샀다. 채식주의자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문장력, 묘사력 도대채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흡입력 있는 글이자 충격적인 글이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정적인 이미지와 감정은 일단 피하고 싶어 책응 내려 놓았다.
또 다른 하나는 뇌과학과 심리 습관에 대한 책이다. 책 한번 읽을 때 다섯 페이지도 못 읽는 내가 이틀만에 벌써 반을 읽었다. “네 탓이 아니야”라거나, “잘 못해도 괜찮아”라는 막연하고 감성적인 척하는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론과 방법론, 그리고 그에 기반한 희망적 메세지가 마음에 든다.
실제로 책을 읽고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책에 대해 다음번에 더 자세히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