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조울증, 비정형 우울증..?
최근에 풀 배터리(?)인지 뭔지, 종합적으로 심리 검사를 했다. 내 iq도 알게 되었다.
충격적인 부분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머리가 좋지는 않다는 거, 나쁘지만 않다는 거 알고 있었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충격적인 건, 언어이해가 백분위 99%인 반면, 인지속도가 23%라는 거였다. 후자는 우울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는 하는데, 우울은 평생 있었다.
어쩐지 나는 항상 읽는 게 느리고, 빨리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험, 회의에서 듣는 일 등이 너무 어려웠다.
받아들인 걸 활용하고, 글로 쓸고, 말로 하고, 새로 무엇을 만드눈 것은 수월했다.
나는 항상 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Input 없이 Out을 내는 사람. Input에 약하고, Output에 강한 사람. 안뜻 잘넌 척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Input 없는 Output엔 한계가 자명하지 않나.
나는 3년 전 ADHD를 진단 받았고, 그때도 비슷한 검사와 ADHD 검사룰 30만원 가까이 주고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 의사는 검사는 안해봤지만 우울증 영향이 커서 그렇지, ADHD는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내가 앞으로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뭘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되기도 한다.
또, 내 진단에 대해 고민되는 게 있다. 조울증이 정말 맞는 진단명일까? 아니면 좋겠다. 사실 맞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더 고민 되는 건, ‘비정형 우울증’이 내게 2년만에 돌아온 것 같다는 것이다.
2년 전, 4개월 동안 집도 안 치우고, 씻지도 않고, 퇴근 후 잠만 자고, 매일 마라샹궈와 탕후루를 먹고, 아무도 만나지 않은 시기가 있다. 4개월 간 5키로가 쪘고, 자존감은 더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럴 수록 더 동굴에 숨어 들어갔으며, 그 동굴은 쓰레기 소굴이 되었다.
그때 내 상태에 대해 ‘비정형 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이 붙었다. 우울감은 딱히 없으나 무기력하고 몸이 무거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폭식을 하는 게 주된 특징이다.
최근에 조금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주일 전쯤부터 하루에 두번 가던 운동을 한번도 가지 않게 되고, 퇴근하면 씻지 않고 잠만 자고, 자다 일어나서 뭔가를 시켜 먹는다. 사실 한달 전부터 식욕이 급증해서 위고비를 시작했는데 그덕에 폭식까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은 자꾸 쓰레기 소굴이 되어 가고, 씻지 않고, 구겨진 옷을 입고 간신히 시건에 맞춰 출근하고 있다.
불과 열흘 전먼 해도 11시에 자고 5:30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던 내가, 일주일 동안은 8-9시 사이에 자고 8시 반에 간신히 일어나서, 출근만 겨우 한다. 주말엔 하루에 19시간을 잤다. 그렇게 자면, 쭉 자는 게 아니라 자다 깨고 다시 자고를 반복하는데, 잠깐 깰 때의 마음은 ‘깨어 있기 싫은데 깨버려서 어쩌지’하는 마음이다.
네달간 써오던 스케쥴러도 안 쓰기 시작했다.
너무 지쳐버린 걸까? 길어진 통근 거리때문이라기엔, 통근 거리가 길어진지 한달이 됐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일반적으로 우울이 심할 때처럼 죽고 싶다거나,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샘 솟지는 않는다. 하지만 깨어 있는 게 괴롭고, 초조하다. 이렇게 깨어 있으면 또 어떤 무서운 감정이 들거나, 그런 감정이 들게할 일련의 크고 작은 일들이 오게 될 것 같다.
진단명이 뭔지는 잘 모르겠고, 곧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다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아래와 같다.
외롭다. 외로움이 싫고, 무서운 것 같다. 모든 근원은 이것 같다. 존중받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