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겠는데
내가 호감을 가지는 이성이 방송에 나오는 누군가에 대해 예쁘다고 하면 궁금해진다. 나랑 저 여자 중에 누가 더 예쁠까. 나랑 저 여자는 상이랄까 분위기가 아예 다른데 이 사람은 오늘 나를 왜 만나러 온걸까.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내가 외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객관적으로는 그렇게 대단하진 않을 것 같더고 생각하곤 한다. ‘객관적으로’ 내가 예쁜 걸까, 훈훈한 걸까.
소개팅 앱에 사람들이 익명으로 얘기하는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글을 보다 보면 ‘자기 객관화’가 안된 사람이 너무 많단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긴 하다. 별로 안 잘생겼는데, 잘생김과는 거리가 먼데 글에서 자신을 잘생겼다고 소개하고, 그 글을 보고 백지 상태에서 매칭을 했다가 막상 사진을 보고 실망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며칠전 나는 어떤지 너무 궁금했다. 객관적으로다가. 난 내가 훈훈한 걸 넘어서 예쁘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 자신은 없으니 마음이 안 좋다.
그러가 문득 최근에 받은 심리성담 결과지에 적혀 있던 문구가 하나 떠올랐다. 대략 ‘자신에 대해 지나치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사고를 함에 따라 우울감을 느낀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자기파괴적‘ 사고를 한다고도 적혀 있었다.
자신에 대해 과대망상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는 있겠지만, 자기객관화를 강조할 것도 아닌 것같다. 나는 나다. 아주 예쁘든, 예쁘든, 그렇게까진 아니고 훈훈하든. 나는 나로 살고, 또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예쁘다’는 것도 사실은 주관적이고, 누군가에 의한 평가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에 얽매여서는 행복할 수가 없다. 친구의 표현을 빌려, 나는 나와 한팀이 되어서 살아가야 하기에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비난해 가며 지낼 수는 없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초조하다. 내가 그렇게 예쁘지 않으면 어쩌지, 그래서 내가 호감을 가지는 이성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인정 받을 정도의 것들을 모든 면에서 두루두루 갖추고 싶단 생각이 있다. 모든 면. 이를테면 몸매, 얼굴, 커리어 등등. 그 생각을 좀 내려 놓고 싶다.
나를 위해.
나 그냥 좀 맘 놓고, 맘 편히 살면 안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