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안에서 평판이 유난히 중요하다. 그때 그때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팀이 꾸려져서 일을 하는데, 그때에 선택 받지 못하면 벤치에 남게 된다. 벤치에 오래 남을 수록 ‘무능함’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게 되고, 퇴사의 압력을 받는다.
그만큼 평판이 중요하다. 그건 일을 잘하는 것, 옆에 있으면 최소한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등등 일적인 것과 그 외의 것을 포함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나에 대한 ‘뒷담’을 까는 시니어가 한 분 있다. 그분이 나를 싫어하는 건 나로서는 나를 데려가서 팀을 꾸려 줄 프로젝트 매니저가 한 사람 주는 거라, 당연히 속이 상했다. 물론, 누구든 뒷담을 까면 속상하지만, 그 사람의 말이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어서, 더 많은 시니어들이 나를 데려가 일 하지 않을 수 있기에 더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오늘은 다른 시니어 분을 만나 그 뒷담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내가 자리를 잘 안 지키고, 회사에 갑자기 며칠 안 나온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다닌 것 같다.
맞는 말이다. 그분과 일할 때 갑자기 몸이 안 좋다고 삼일이나 회사를 나가지 않은 적이 있고, 회사에서도 자리를 한번 비우면 2-30분씩 있다 들어온 적도 많다.
하지만 그 이유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까? 그 이유는 중요하지 않은 걸까?
그때 나는 우울증과 공황 증세를 겪었다. 프로젝트 동안 내게 그 시니어가 일을 잘 주지 않았다. 어쩌다 일을 주면 내가 빠릿하고 깔끔하데 잘 처리해서 드렸고, 그걸 마음에 들어하셨다.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았고, 일을 잘라고 하면 기다리라고, 줄 게 없다고 하셨다. 내가 일을 못해서 안준거라고 그때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일을 해서 가져다 주면 마음에 들어했다. 그냥 나 정도 직급의 주니어한테 설명하며 일을 주는 게 귀찮았던 것 같다. 내 윗직급 사람들이 알아서 야근해서 다 가져오는데 굳이. 나한테는 맨날 여섯시만 되면 집에 가라고 했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아 목이 잠겼고, 할 일이 없어서 아무거나 화면에 띄워 놓고 시간을 보냈다. 그게 마음에 병이 됐다.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되어버려서 너무나 슬펐다.
나가서 할 일도 없는데 눈치를 보며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는 게 죽기보다 무섭고 괴로워서 며칠 회사를 못나갔다.
며칠 뒤 회식 자리에서 ‘쟤 며칠 아팠어’ 이러면서 웃을 땨 느꼈다. 내가 아프다고 말하고 회사에 가지 않은 걸 가지고, 꾀병 부렸다고 생각하고 저렇게 웃는구나 싶어서 허탈했다.
이런 내막에 대해 오늘 나를 만나 주신 시니어 붘께 허심탄회라게 털어 놓았다. 안 그래도 나말고 다른 주니어들도 그분과 일하면 비슷한 상황을 겪고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한다.
물론 내가 더 취약했고, 그게 근태(?)에 영향을 줬지만. 그런데 아파서 회사에 못 간 것도 근태 문제라고 하는 게 맞나? 마음이 아픈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나한테 근태 문제가 있다고 하고 다니시던데, 어이가 없다.
앞으로는 그분이란 일할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분이 나랑 일하려 하지 않겠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싫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사실 슬프고 속상하다. 그럼에도 내가 그걸 견뎌내고, 출근을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을텐데. 난 왜 이럴까 싶어서 속상하다.
오랜만에 마음을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