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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로: 누군가의 허물을 소비하는 프로

by 정좋아

나는 쏠로를 즐겨 보곤 하다 아예 언 본지 벌써 몇달이 지났다. 그 이유는… 피로해서였다.


일명 ‘벙벙이’라고 불리는 지난 기수 영식이 옥순의 플러팅에 과도하게 반응하다 집착하고 울고 사랑에 미쳐바린 바보가 된 모습이 화제가 되었긴 하다. 하지만 난 그게 재밌지 않았다. 벙벙이는 절실하고 절박해 보였고 고통스러워 보였고, 또 과장되거나 잘못된 행동을 대중에게 드러냈지만 그 또한 (나의 생각엔) 지금 그의 마음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중은 그의 그런 모습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소비해 버렸다.


누구나 부족하고, 실수하고, 정신적인/심리적인 병리 현상을 겪기도 한다. 그 자체로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대중과 그런 문화를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PD가 괘씸하다.


그게 피로했다. 사실 남일 같지 않아서 가슴이 아팠다. 나도 집착해 봤고, 모지리같은 말과 행동을 하며 무덤을 파기도 했고, 돌아서서 후회도 했다.


내가 나는 솔로룰 좋아했던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았었다. 남들도 나처럼, 어쩌면 나보다 더 못난 모습을 보이는구나 싶어서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그들이 모두 성인이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맞지만, 항상 결과를 예측하고 일을 시작할 수도 없고, 마음이 아프면 판단력이 흐려져 자신의 행동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럴다면 최소한 편집할 때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여과없다.


이런 문화와 컨텐츠에 싫증이 난다. 피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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