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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은 완치가 안된다던데

난 좀 괜찮아진 것 같은데?

by 정좋아

올해 2월즈음 조울증 진단을 받았었다. 처음엔 크게 놀라지 않았는데, 그때 만난 임상 심리 상담사 선생님이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내가 그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왜 그러지 싶어서 검색하다 눈에 들어온 건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무서웠다. 이렇게 평생을 살라고?


일단 처방 받은 약을 3월부터 계속 먹었다. 그 이후로 땅으로 꺼지듯 우울해지는 일도 없었고, 전처럼 왜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또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에너자이저거 되어서 미친 듯이 운동하거나 여행하거나 한 일도 없었다. (물론 한달 만난 남자친구와 5월 초에 헤어진 시점 전후로 공황도 왔고, 좀 암울하고 침잠되는 것처럼 느끼긴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그냥 무난무난하게 지냈다. 여전히 가끔은 외롭고, 공허하고, 또 스스로가 부끄럽고, 앞날이 걱정되는 날들이 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일상을 나름 잘 살아내고 있다.


6월부터는 틈틈이 퇴근 전후와 점심 시간을 활용해 이직 준비도 하고 있다. 면접 보는 순간을 상상하면 무섭고, 떨어지게 된다면 다가올 절망감과 자책감이 두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망과 의지, 용기가 있다. 안되면 그 다음에 뭘 해야할지, 그것도 안되면 뭘 해야할지 고민도 해두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다 안되어도 길이 또 있고, 세상 끝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버틴다.


사실은 약도 끊었다. 약은 무조건 먹고, 의사와 상의해서 꾾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에 안 맏아서 병원에 방문을 못했고, 그게 반복이 됐다. 약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에 더 절실하게 병원을 찾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약을 이렇게 끊게 된지는… 한달 반은 넘은 것 같다.


나도 모르겠다. 완치라고 하기엔 아직 어려울 것 같고, 병원을 얼른 다시 가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왜 이렇게 살만해진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전처럼 의식적으로 노력한 건 이번엔 없었다. 전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었고, 또 일기를 쓰거나 감사일기, 칭찬일기도 요즘은 쓰지 않았다. 그렇다면 심리 상담 선생님의 도움, 바뀐 업무 환경, 새로운 꿈에 대한 희망과 열정? 그렇다면 직업 특성상 업무 환경이 다시 바뀌고, 아주 만약에 꿈에 좌절되면 나는 다시 또 우울에 빠지려나? 믿고자 한다. 내가 이전과 같은 의식적이고 눈에 띄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지만, 버팀으로써 이 변화를 만들어왔다고. 내가 잘해낸거라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이니까 당연히 힘든 일에 처하면 힘들어하는 게 맞다. 다만 그때 다시 일어날 힘이 나에게 생긴 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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