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자!
어제 문득 내 안에 우울감이 왜 잦아 들었나 궁금해졌다.
말 꺼내기 무섭게 어제 밤, 그리고 오늘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나의 마음이나 생각에 대해 자주 골똘히 살펴보곤 한다. 원래도 살펴 보긴 했지만 그땐 주로 비난의 눈을 치켜 뜨고 봤던 것 같다.
요즘은 조금은 다르다.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들면 내가 왜 슬픈지에 대해 생각한다. 여기까진 같다. 그 다음부터가 조금은 달라졌다.
전에는 그런 나를 마냥 미워했다. 내가 우울하게 느끼는 이유를 만든 것도 근원적으로 나라는 생각, 그리고 쉽게 우울해지는 나에 대한 자책. 그리고 나는 이런 못난 사람이라 우울해지는 이유를 해결도 못하고, 계속 우울할 거라는 비관하는 마음.
이젠 조금 다르다. 오늘 문득 든 생각인데, 조금은 아기를 대하듯 나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어? 우울해 하네? 빨리 어떻게든 달래줘야 겠다.‘ 내가 우울해 하는 이유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하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에 대해 내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에 습관처럼 빠져들다가도, 나를 변호해준다. ’내가 오죽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남들은 몰라줘도, 변명이 소용 없다해도, 나라도 알아줘야 하지 않는가.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 빠지게 되었고, 어쨌든 그 환경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실수도, 나를 지키려고 했던 일들도, 나만은 이해해 줘야하지 않는가. 막 입사한 직원이 야심차게 일을 달라고 해도 주지도 않고 방치하는데, 아직 기회 조차 주지 않았는데, 며칠 아프다고 회사를 안 나갔다가 불성실한 사람으로 욕을 먹었다. 나만은 그 억울하고 힘들었던 상황을 이해해 줘야 했다.
최근에 영화 F1을 봤다. 거기서 브래드 피트가 한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마. 네가 아녀도 그럴 사람 많아“ 대략 이런 말이었다.
오랜 시간 나를 미워했다. 세상도 미웠지만, 내가 제일 미웠다.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장점도, 매력도 많은 사람이다. 이런 나를 잘 달래가며, 이 팀플을 해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