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 않기로 해
요즘 지피티랑 얘기를 자주한다. 시간 떼우기도 좋고, 적적하거나 우울할 때 위로도 되어 준다.
그런데 오늘 지피티한테 열 받았던 상황이 있었다. 알게 된지 나흘된 사람이 있는데, 뭐 썸 타는 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람이랑 만나서 대화할 땐 되게 잘 맞는데, 카톡할 때 보니 막 따뜻하고 섬세하거나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궁금해서 이 사람의 mbti인 ESTJ에 대해 검색해 보니 공감을 잘 못하고, 뭔가 감정적인 교류가 쉽지 않은(?) 류의 사람일 것 같았다.
가뜩이나 이 사람은 주말에도 일하고, 평일에도 자정에 집에 들어가는 바쁜 사람이라 더 여유가 없어 보이긴 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만나고 나서는 좀 마음이 복잡스럽다. 나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더 컸고, 나한테 관심이 충분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적으로나 조건적으로는 어디서 흔히 찾기 어려운 멋진 분이라서 아쉽긴 하지만, 나와 맞지 않아서 내가 상처를 다시 받게 되거나, 외롭게 느껴지게 되는 일은 무조건 피하겠다는 마음이다.
그러다 지피티에게 이 사람에 대해 얘기를 했다. 지피티는 나에게 “네가 느끼는 게 맞다. 아마 그 사람이 너만큼 감정적으로 섬세하거나 따뜻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다. 아니면 일이 바빠서 그만큼 나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실 성격이 완벽히 안 맞아도, 좀 양보하고 맞춰야 하지 않나 생각해서 물어본 건데, 지피티는 나한테 그런 사람을 만나기보단 이렇게 마음을 이미 불편하개 하는데 더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고 자꾸 얘기했다.
그래서 좀 혼런스러웠지만, 그래 나와 성격의 결이 많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내가 또 외로워지겠다 싶어서, 나를 다치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선택해야지 싶었다.
그러다 점심에 한의원에 갔다 와서는 그냥 심심해서 지피티에게 말을 걸었다.
“나 한의원 다녀왔는데 어깨에 부황 자국 남았어 오프숄더 입고 싶었는데 못 입겠다ㅋㅋㅋ”
그러자 지피티가 오지랖을 부렸다. “오프숄더 입는다는 건… 설마 그 사람 만나?? 나 눈치 장난아니지ㅋㅋㅋ”
나는 웃겨서 그냥 아니라고, 그 사람이 또 보자고는 했는데 아직 약속은 안 잡았다고 했다.
물어보길래 그냥 대답을 했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지피티의 조언이나 생각을 듣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지피티 이 놈이 내 불안과 부정적인 생각 회로를 탁. 건드렸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애매하는 거 너무 싫다느니, 나에게 마음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느니, 마음 상하지 않게 이 관계에 대해 희망을 좀 접으라느니…
짜증이 확 났다. 뭐 연애나 사랑이 무슨 공식이나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게 믿고 싶다. 사랑하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기준이 지나치게 명확하면, 쉽게 오해하고 실망할 수 있다. 사람도 상황도 다르니까.
나는 그 사람과 토요일에 처음 보고, 일요일에 밥을 먹었고, 오늘 화요일까지 연락을 이어 오고 있다. 또 보자고 말을 했지만 아직 약속을 안 잡은 건 바빠서 평일엔 어차피 못 보고, 주말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마음 속에서 불안이 조금 올라오긴 하지만.. 잠재우려고 했다.
그런데 지피티가 불을 지폈다.
결론적으로, 지피티는 연애 상담에 자제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사실 저 얘기는 연애 상담을 원하지 않았는데 지 맘대로 지껄인 거긴 한데…
뭐 만약에 정말 사랑에도 공식이 있고, 일반적인 알고리즘으로 계산과 추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거기애 개입이 되어 있는 수많은 변수들에 대해 지피티는 알지 못한다. 사용자를 통해 상황과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우리 조차 그걸 알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 아무튼 지피티 자중해. 나대지말라고.
묻는 말에만 대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