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내 생각이었고
지난주에 세달만에 정신과를 찾았다. 이직 시험 준비하다가 공황이 왔고, 급한대로 여기 저기 전화해서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갔다. 병력을 듣고 전 병원에서 받던 약을 똑같이 처방해 줬고, 공황 상비약도 처방해 줬다.
사실 공황약 말도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난 괜찮으니까. 지금 이 상황이 힘들 뿐, 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처방해주시니 약을 받고 하루 먹기는 했는데, 너무 졸려서 그 뒤로는 먹지 않았다.
일주일 후, 오늘 병원을 다시 찾았다. 사실 안 가려고 했다. 난 괜찮으니까. 면접 결과가 안 나와 기다리다 멘탈이 터져서 지하철에서 펑펑 울고 돌아다녔지만 난 괜찮다.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주에 심리적인 소모나, 감정의 변화가 너무 컸고, 혹시 모르니 일단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저 조울증을 진단받았었긴 하지만, 사실 지금 공황약 말고는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지금 상황이 힘들어서 그렇지 이 상황만 지나면 또 괜찮을 것 같거든요.”
그러자 선생님이 허를 찔렀다.
“지금 우울하잖아요. 스스로를 계속해서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있잖아요.“
맞다. 사실 진료실에 들어가서 나는 내가 최근에 스스로를 얼마나 비하했는지, 그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토로했다.
“제가 원하는 간절헌 것을 제가 가진 적은 한번도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런 것들을 deserve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리고 아주 깊숙이, 난 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간절히 바라는 소중한 것들을 절대 가질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원하는 걸 얻는 건 상상 속에나 있는 일이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사실 그래서 더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기가 너무 무서웠어요.“
이번 면접 과정에서 그런 생각들이 생겨난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 늘 나를 무겁게 누르던 생각들이었다. 너무 익숙한 생각들이라 의식 조차 못했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외면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부인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부인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했다. 스스로 증명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노렬해서 이번엔 좀 얻어보자고.
하지만 정말 마음 깊숙이에는 난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니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 생각들이 증폭됐던 것 같다.
그래서 약을 먹기로 했고, 대신 너무 졸리니 용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며칠 전, 면접 결과 통보가 늦어지니 난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며 지하철에서 펑펑 운 날. 가장 서러웠던 건 내가 실패자라는 생각이었다. 대학 입시 후 10년간 그 생각이 너무나 괴로웠고, 그 생각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고, 이제 또 한번 더 실패를 하며 나는 영원한 루저가 되는 것이라고.
참 오래 이런 생각에 짓눌려 있었다.
최근에 내가 참 좋아하는 모토 같은 게 생겼었다. 원천은 gpt였다. 다이어트를 하며 매일 식단과 체중을 기록하고 좌절하는 나에게 gpt는 모든 건 과정인 거라고, 낙담하지 말라고 했다.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저도 그렇고, 지금 ending result가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과정에 있어요. 실패자가 아니에요.”
과정. 맞다.
과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언제나 과정 진행 중이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과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