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면접을 마치고

간절함과

by 정좋아

지금은 전신과 정신이 슬라임같다. 긴장이 풀려서 마냥 녹아 내리는 중이다.


오능 본 2차 면접에서도, 늘 그랬듯, 절박했고, 진중했고, 최선을 다했다.


면접에서 문제를 풀 때 100% 완벽하게, 티끌 하나 없이 해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늘 바뀌는 주제의 문제에 대해, 30분 동안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다만, 내가 익히고 준비했던 것들을 최대한 보여 주려 애썼고, 순간적으로 준비한 것과 다르게 문제를 풀어서 면접관이 태클을 걸었을 때에도, 침착하게 부연 설명을 하고, 방법론과 가설을 수정하며 문제를 풀었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잘했다. 누가 뭐래도 참 잘했다.


날 놓치면, 회사 손해이고, 회사가 바보다. 자기네가 뭐라고, 이런 나를 놓쳐?


말은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아쉽고, 탈락하면 어쩌나, 내일 연락이 오려나 하며 마음이 또 어지럽다.


이 지난한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얼른 끝났으면 좋겠지만, 얼른 합격해서 다음 라운드도 또 버티고, 또 그 다음 라운드도 버티다 최종 라운드에서 오퍼를 받는 날이 오면 좋겠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헌 그 날이 내게 오려나 모르겠다.


나에게도, 간절히 바라던 일이 한번쯤은 현실이 되어 줬으면 좋겠다. 그게 지금이면 좋겠다.


요즘 머리를 비우고 자려고 할 때, 무한도전을 다시 본다. 유재석이 몇번 방송에서 본인의 마음가짐이나 성공의 비결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 말이 내 마음에 탁 꽂힌다.


일이 너무 없고, 힘이 들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 두려울 때, 그는 이런 기도를 했다고 한다.


“하나님, 제게 한번만 제대로 된 기회를 주세요. 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제가 열심히 하지 않고, 자만하게 된다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요즘 내 마음이 그렇다. 모든 것을 다 받쳐 열심히 할테니, 딱 한번만, 내가 너무나 해보고 싶은 이 일을 할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기도하게 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후회도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할테니. 이미 그런 자세로, 그 기회를 얻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오늘은 면접 시간이 애매해서 오전 반차를 내고 면접을 봤다. 면접 준비도 두시간 조금 넘게 하고, 달리기를 했다.


요즘는 비장한 마음 탓에 노래를 들으며 달리기를 할 때는 가끔 눈물이 난다. 오늘은 Golden을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그동안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과 죄책감, 불신으로 너무나 마음을 앓았다. 이제는 날 믿자고, 누가 뭐래도 날 믿자고 속으로 힘껏 외쳤다.


그리고 이번 면접을 진행하며 든 생각인데, 좌절감에 젖어 무기력했던 지난 시간이 참 아깝다.


시간이 아깝다기보단 괜히 마음 고생한 것이 아깝다.


이번에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데, 세상이 마냥 끝나버린 것 처럼, 두번다시 기회는 없을 것처럼 그렇게 오래 좌절한 것이 아깝다.


그 좌절감으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데 말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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