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없음 (아직 다 못 봤기때문에)
사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드라마였다. 친구에 대한 애정과 질투, 누구나 느껴보았을 감정인데 이 드라마는 그걸 건드린다. 그게 건드려지면 마음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 보지 않았다.
그러다, 여행을 떠나 밤에 볼거리를 찾다가 결국 보개 되었다.
전개 방식과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 대사들이 세련되면서도 누구나 느낄 법한 감정들을 다루어서 몰입도를 높인다.
친구에 대한 질투는 그 친구의 가정 환경, 성적, 외모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서로가 가지 못한 것을 찾고, 서로의 것을 탐내고, 부러워 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런 주제를 주로 다룬다.
하지만, 큰 아쉬운 점이 하나가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은중은 밝고, 선한 캐릭터로 상연에게 자꾸만 무언가를 내어 주고, 도움을 주고, 마음을 크게 쓴다. 동시에 집안 좋고, 예쁘고, 천재 수준으로 성적이 좋고, 또 은중이 너무나 좋아하는 선생님을 엄마로 둔 상연을 부러워 한다.
상연은 부유하지 않지만, 따뜻한 엄마를 두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은중을 부러워 한다. 하지만 은중처럼 상연을 챙겨주거나, 아껴주는 모습이 없다. 감정 표현에 미숙하고, 베푸는 것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서투르게 감정을 표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호감을 잘 사지 못한다.
여기서 나는 납득이 안된다. 너무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은중은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번 해주지 않는 상연에게 그렇게 마음을 쓰고, 월세까지 내주고, 심지어 같이 살려고 했을까.
같이 산다는 것은, 거의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가장 안락하고 안전하게 느껴야 할 사적인 공간. 왜 은중은 자꾸만 어두운 표정과 차가운 말투로 눈치 보게 하고,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상연과 같이 살기로 결심했을까. 왜 그 결심을 한동안 유지했을까.
그 부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했던 전개였다.
더 나아가, 그렇게 은중이 삶에서 상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친구로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려면, 질투만이 아니라 애정 혹은 우정이라는 감정이 유지되어야 하는게, 그 과정과 근거가 없다.
인생이 재미있고 어려운 것은 대부분의 것들에 양면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양날의 검처럼. 예를 들면, 내가 이직해 옮기고 싶은 회사로 가면, 연봉도 40% 이상 오르고, 몇년 일하고 나면 실력과 몸값이 훅 뛰지만, 야근을 매일 두세시 넘게까지 한다. 주말에도 일한다. 그만한 이점이 없다면, 그런 시간을 견디고 싶지 않을 것이다.
친구 관계라는 것도 그렇다. 질투만 유발하고, 상처만 주는 사람을 금전적으로도 다 퍼다 주고, ‘집’을 나누어 쓸 친구로 여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즉, 애증에서 ‘증’의 이유만 있고, ‘애’에 대한 탄탄한 서사 과정이 부족했다. 그 근거가 있어야, 은중의 복잡한 심정과 미묘한 긴장이 더 돋보이고, 공감이 되고, 몰입이 될텐데 계속 의문으로 남아 아쉬웠다.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이런 관계에 대한 고민과 갈등, 상처, 그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쫀득한 전개방식으로 그린 것은 재미있었다. 세련된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