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인장이 주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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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좋아

내게는 무척 아끼는 10년 지기가 한명 있다. 걱정이 많고, 앞서 미래를 걱정하며 복잡하게 생각하던 나에게, 대학생 때 처음 만난 이 친구는 외계인이었다. 이해가 안되는데, 뭔가 빛이 났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고, 천하태평한 것이 놀라웠다. 이 친구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편안한 빛이 갖고 싶었고, 내게도 조금은 스며들어와 모든 것은 통제하고 완벽히 잘 해내려던 내가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말을 하는 법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이 친구는 학점도 안 좋고, 친구들과의 일정 조율이나 시간 준수에서도 가끔 빵점이다.


하지만 너무나 무해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편안함괌 무해함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는 친구이다.


자기 자신은 자신을 자기 밖에 모른다고 비난조로 말할 때가 있는데, 난 잘 모르겠다. 사람은 대부분 그렇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편 이 친구는 정말 자기만 본다. 다시 말하면, 남보다 잘나려하거나 남의 인정을 산다거나 하는 데 뜻이 없다. 오직 자기만 있고, 자기의 지향점만이 있다. 그 점을 참 본받고 싶고, 옆에 있으며 물들고 싶다. 경쟁과 비교 속에 오래 지쳐온 나에겐 너무너 천국이다.


그런 친구가 커리어적으로 너무나 좋은 성취를 이루어 왔고, 이제 곧 해외 무대로 나선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잘 하지 않는 말인데, 요즘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 중요한 책무와 인생의 전환점을 앞두고 당연히 드는 마음일 것 같다.


최근 몇년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같이 보내오곤 했는데, 올해가 당분간엔 마지막으로 보내는 한국에서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일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다. 그러다 이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친구 고민이 떠오르기도 하고 해서 나는 서로에게 책을 선물해 주자는 제안을 했다.


그렇게 서점에서 고른 책은 “슬픔에 이름 붙이기”이다. 간단히 살펴 보니 슬픔 뿐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에 대해 여러 언어들을 바탕으로 이름을 붙여준 것 같았다.


사실 이 책은 내 관점에서 흥미를 끈 책이다. 나는 감정이 풍부하고, 동요가 큰 편인데 그때 그 감정을 인지하고, 정의하고, 이름 붙이면 더 다루기 수월해질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친구에게도 이 책이 좋은 책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 이유는, 용감하고 씩씩한 이 친구가, 앞으로, 어처면 지금부터 이미 새로운 도약 앞에서 낯선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 감정들을 잘 마주하고 잘 다뤄줄 수 있길 바란다.


뿐만아니라, 같이 살아보기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느낀 것인데, 이 친구는 동요가 적은만큼 나와는 달리 감성적이라기보단 무던하고, 다양한 감정들로 인해 고민하게 된 적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직접 느끼지 못한 더욱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글로 마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내 친구. 몸과 마음 다 건강해지는 법을 배우고 체화하며 오래 살자!

성장통을 겪는 동안 함께 해주어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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