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람들 5

운동은 착각, 노동은 노동

by 제인


몸이 뻐근해지기 시작하면 어깨부터 발끝까지 “나 좀 그만 써라” 하는 신호가 온몸으로 밀려온다. 슬슬 몸이 내게 “움직여라” 하고 경고를 보낸다..


거울을 보면 배는 조금 더 도드라져 있고, 몸무게는 어느새 2킬로가 늘어나 있다. 이쯤 되면 몸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좀 답답한데.” 이럴 때는 지방도 태우고

묵혀둔 에너지도 좀 쏟아내야 할 때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가 되면 늘 떠오르는 곳이 있다.


나에게는 돈도 벌고 운동도 되는 묘하게 괜찮은 핼스장.


쿠팡 숏타임.


이젠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습관처럼 그곳을 찾게 된다. 어떤 날은 밤 9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단 1초의 틈도 없이 미친 듯이 움직이다가 온다. 눈치 보여 화장실 갈 틈도 없는 날도 있고, 숨이 차오르면 운동할 때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그 순간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이마에 맺히던 땀이 어느새 온몸으로 번져나간다.


여기는 냉장, 냉동식품을 다루는 신선센터.

온도는 0도에서 5도 사이.


원래라면 더울 리가 없는 공간인데, 미친 듯이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땀이 흐른다. 그 치열한 현장 속에 있다 보면 문득 스스로 묻게 된다. “지금 내가 하는 게

운동인가, 아니면 노동인가.” 경계가 흐려질 정도로 몸은 고되지만, 묘하게 개운한 느낌이 남는다.


이상하게도 그 거친 현장 속에 매력이 있다.


함께 땀 흘리며 나누는 짧은 웃음, 툭 튀어나오는 짜증, 그리고 스치듯 나누는 몇 마디 대화. 그게 사람을 잡아끈다.


헬스를 다니면 될 일을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 무거운 물건들 사이에 나를 밀어 넣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돈도 벌고 몸도 쓰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또 오게 된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 일을 좋아할까.


이렇게 고되게 일하면서도 신이 나서 돌아오는 날이 있으니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이유는 사람이다. 물론 이상한 사람도 있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어딜 가나 보석 같은 사람은 있지 않은가.

쿠팡에서도 힘든 일을 하면서 서로 도와주고, 가끔은 위로해 주며 함께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좋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집품을 하다가 마주친 한 사원님이 “배 안 고파요?” 하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는 귀여운 밤빵 하나를 내민다. 그게 또 얼마나 힘이 되는지. 한입에 쑥 넣고 다시 뛰어다니며 물건을 담고 레일에 태운다. 그 밤빵이 고마워서 나는 주머니에 초콜릿을 가득 담아 눈에 띄는 사람들에게 두 개씩 나눠준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소비라고 할지 몰라도, 나는 그게 사람 사는 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쿠팡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찾은 현장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인사 뒤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질문이 따라온다. “인센티브 받고 왔어요?” 도대체 그 인센티브는 누구를 위한 걸까. 못 받고 돌아온 사람들은 바보라는데, 돌아보면 여긴 온통 그런 바보들뿐이다. 나를 포함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괜히 마음이 씁쓸해진다.

다 같이 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뛰고, 똑같이 땀 흘렸는데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는 건 결국 사람을 나누는 일이다. 제도가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을 괜히 비교하게 만들고, 의욕을 꺾어버린다. 참 묘하다. 열심히 하게 만들려고 만든 제도가

오히려 마음을 식게 만든다.


아, 이놈의 쿠팡, 나쁜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