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
오늘은 유치원 공개수업 날이었다.
한껏 단정하게 차려입고 교실로 향했다.
우리 아이는 병설유치원 7살 산들반.
스물한 명 중, 특수교육대상자는 우리 아이 혼자다.
교실 문 앞에 서니
아이들의 노래가 창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잠깐, 불안이 스쳤다.
울면 어떡하지.
엄마를 보고 뛰어나오면 어떡하지.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떼창을 하고 있었고,
우리 아이는 의자에 혼자 앉아
선생님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숨을 내쉬었다.
뒤에 앉아 아이를 바라보는데
고개를 돌린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씽긋 웃는다.
나는 엄지를 들어 보였다.
아이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고
두 손으로 작은 지휘를 한다.
집에서 자주 보던 그 모습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다른 아이들 속에서
우리 아이는 좀 다르다.
조금 느리고,
외계언어를 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머물 때가 많다.
한때 나는
그 ‘조금’을 견디지 못했다.
비교에 빠졌고,
나락 같은 시간을 헤맸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이 있다.
내 아이만 컬러로 두고
나머지는 흐리게 두는 것.
오늘도 그렇게 했다.
노랫소리는 배경이 되고
내 시선은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머문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를 보았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그 작은 몸을.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슬퍼서가 아니라,
버티고 있는 모습이 대견해서였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지만
얼른 감추고 미소로 덮었다.
세상은 빠르고,
아이들은 바쁘게 자란다.
우리 아이는 조금 느리다.
하지만 오늘,
그 느린 속도로 끝까지 걸어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속도로도 충분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