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미안해!
탄 듯한 말라비틀어진 듯한
바스러질 듯한 갈색 무더기,
가을바람을 타고
땅바닥을 쓸어댄다
사실 쓰는 것인지
부서지는 중인지 알 수 없다
여름에 노랗게 질려버리거나
쪼그라들어 바스러지려는 잎들을,
나무는 바람결에 털어낸다
후두두 후두두
살아내려는,
버텨내려는 몸부림은,
잎을 쏟아 버리는 행위로 이어지고
가을바람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물을 삼키곤 스리슬쩍 쓸고 지나가 준다
나무의 머리칼을 훔치거나
쓰다듬으며
아닌 척, 모르는 척 쓸고 넘어가 준다!
바람도,
견디느라 피폐해진
나무의 마음을 알기 때문일 거다
늦게 온, 늦게 올 수밖에 없던 가을은
그렇게라도 미안함을 전한다
그러나…….
돌연, 갑자기 버려진 잎은 어쩌란 말인가?
책갈피도 돼보지 못하고 갈피를 잃고
익지도 못한 채 버려지고만 그 잎은,
어쩌란 말인가!
모든 버림받은 것들을 위한 장송곡이 분다
훠이훠이 훠이훠이
휘이이이
사르르륵…….
낮은 뜨거운 열기로 익을듯하고 햇빛아래 서면 아직 여름임을 실감하곤 한다.
그럼에도 밤에 부는 바람은, 혹은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제법 선선하다.
아! 가을이 오긴 오는구나 싶어 시원해하는 찰나,
초록초록해야 할 나뭇잎들 사이로, 노랗게 변해버린 잎들과
산채로 말라비틀어진 잎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때마침 부는 바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
나무를 휘감으며 잎들을 떨궈 땅바닥을 쓸어댄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들도 함께 쓸어서 이리 쓸었다, 저리 쓸었다 반복한다.
여름에 질려 죽어버린 잎들도, 여름의 틈바구니를 뚫고 불어내는 바람도
몸부림치며 흔적들을 없앤다.
인간이 자연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문득 미안한 마음이 몰려온다.
도대체 뭐를 어쩌면 산채로 나무에 매달린 채 죽어가는지!
미안하다 자연아!
미안하다 나무야!
무엇보다 아무렇지도 않아서, 개의치 않아서 미안하다.
무심한 사람들이 무심하게 저지르는 모든것의 대가를
묵묵히 치러내는 자연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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