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 저녁 이야기

명절, 이름 붙은 날에 대하여

by 오렌지샤벳



추석은 가을의 저녁이 맞습니다

붉은 해만큼 붉은 감과

사과며 대추까지 모두 붉게 익으니까요

별처럼 빛나는 햅쌀로 밥을 짓고,

쿵덕쿵덕 쌀을 빻아 뽀얀 달처럼

둥근 떡을 빚는



가을이 계절의 저녁인 것처럼

추석도 가을의 저녁이라

온 식구 모여

할 수 있는 한 솜씨를 부리고,

채울 수 있는 한가득 채워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내는 추석은!

가을의, 계절의 저녁이 맞습니다



온 가족 고된 하루 끝

쉬려고 모였으니,

고기도 굽고

지글지글 기름내도 좀 풍기면서

화려하고 푸짐하게

한상 거하게 차려내는 추석은,

다른 계절보다 풍성한

계절의 저녁이 맞습니다!




어릴 적 나는 명절도, 크리스마스도 참 싫었다!

집안은 더 소란스러웠고 나는 더 아팠으니까!

그 누구에겐 행복한 날이

내게는 더 아프고 슬픈 날이었다.

불행한 부모님은 서로를 더 상처 주려고 기를 썼고,

슬픔과 억울함은 폭력으로 돌아왔다.

나는 명절이,

무슨 무슨 날이 지독히 싫었다.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덜 힘들 텐데......


해야 할 일도 챙겨야 할 것도 많은 명절이지만,

이제는 내 사랑하는 가족과 평온하고 조용한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명절이 왜 명절인지,

시끌벅적한 설렘과 흥분이 무엇인지,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게 무엇인지!


내 삶의 저녁을 준비한다.

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내 세상은 이제야 제대로,

제 길을 찾아가고 있다.

삶은 늘 알 수 없다!



사진출처:pixabay


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