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落...엽

월동, 혹한의 계절을 위해

by 오렌지샤벳



모든 마음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짐을 벗듯 잎을 떨군다

마음은 생각보다 무거워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익은 마음은 자연스레 떠나고

채 떨구지 못한 남은 것들은

견디기 어려워

서있기도 버거워

나부끼는 바람결에 하나둘 떠나보낸다



한 시절 오래도록,

영원할 듯 품었던 마음을

계절 따라, 세월 따라 떠나보내는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고

견뎌내고 버티기 위한 선택이었다



안으로 안으로 제 안으로 파고들어야만

제 몸을 가볍게 감싸 안아야만

냉혹한 삶을 견딜 수 있기에

나무는 다음 계절을 기약한다



그 모든 마음을 이고 지고는 갈 수 없어,

대롱대롱 매달린 잎과

주렁주렁 흔들흔들 흔들어대는

열매를 떨궈낸다!

그래야만 한다!

한풍설한 모진풍파 견디기 위해선

모든 마음들을 이고 지곤 갈 수가 없어서

그래서는 겨울을, 계절을 버틸 수가 없어서!




절기라는 것이 참 절묘해서

들끓던 여름의 기세를 기어이 꺾고선 이름값을 한다.

바람은 몰라보게 차졌고 온도는 계절값을 한다.

어느새 가로수와 숲 속 나무들은

노랗게,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떨군 잎은 길가를 채우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벌써 월동 준비 중이다.


자연만큼 성실하게, 때에 딱 맞춰

제 할 일을 해내는 것이 있을까?

색 바랜, 물든 낙엽들을 바람결에 연신 떨군다.

나무가 겨울을 나는 방식이다.

자신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보다 현명한 나무는

조용히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해낸다!


사람들은 그 엄숙하고 위대한 생명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감탄을 할 것이다.

그 오묘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계절의 몸부림은

인간에게 유희가 된다.

괜찮다!

그 모든 계절을, 자연의 삶을 이해하기엔

인간의 삶은 짧으니!


사진출처:pixabay



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