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사이
머리꼭지 뜨거워지는
여름의 한복판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팥중이! 팥중이!
흙바닥과 닮으려고 애쓰면서도,
겁 없이 뛰어다니던 녀석들!
여름에 나는지, 가을에 나는지 헷갈리는 녀석들은
한여름 햇빛을 닮아 갈색빛 몸을 가졌나 보다
뜨거운 햇빛 피해 양산 날개 흔드는 나는
아직 나는 법을 몰라 우왕좌왕
보란 듯이 내 앞을 샤라락 날아간다
이리 펄쩍 저리 펄쩍
저 나는 모양새 좀 보고 배우라며
눈앞을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날갯짓!
거치적거리지만 참 반갑다!
싱숭생숭 시끄러운 마음
팥중이에게 홀려
밀리듯 꽃집을 찾아간 나는
눈에 띄는 쨍한 달리아,
그녀에게 홀리고 만다…….
뜨거운 여름과 성숙한 가을의 꽃 달리아!
독보적 진분홍 입술들이 나를 부른다!
화려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너울너울 부르는 모양새
춤을 추듯, 날 듯 날개를 퍼덕이는 모양새
팥중이가 나를 제대로 홀렸나 보다
길잡이 녀석,
제 멋에 취했어도
목적은 잊지 않아 다행이다
그녀, 다알리아,
달리아 그녀는,
내게 붉은 입술을 내밀며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갈색빛 팥중이와 붉은빛 달리아는 도대체 무슨 상관이라고
지나가는 이를 불러 세우는지…….
팥중이도 그녀의 붉은 입술에 홀렸을 것이다
붉은 입술로 불변의 사랑을 말하니,
너나 나나 어찌 홀리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안하다 팥중아!
그녀는 내 품에 안겨 감사의 눈물에 젖어
너를 잊고, 다 잊어버리고
또 다른 달리아, 다알리아들을 꽃피우는 중이란다!
마음이 바닥으로 바닥으로 향하는 날!
아무리 애써봐도 가라앉는 날이 누구에게나 있다.
나는 나를 위해 선물을 한다.
사랑한다며!
붉은 달리아 몇 송이 안기며, 구애한다.
너처럼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너에게 반하고만 나는,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불변의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고!
촉촉했던 눈동자는 붉은 달리아 꽃잎을 바라보며,
입술도, 볼도 발그레해진다.
이토록 단순하고 사랑스러운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 랑. 한. 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