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모든 순간이 시상詩想이다.

by 오렌지샤벳

단기간 안에 여러 번 수술을 하며 몸이 망가졌다.

병원의 권유에 재활 운동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지금의 내 자유를 이끌어 준 운동이다.

매번 운동하며 필라테스를 통해 나는 인생을 배운다.

하기야 뭐 필라테스뿐일까? 마음을 열면 우리 삶 곳곳에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너무 힘을 줘도 빼도 자세는 무너지고 만다.

동작마다 요구사항이 많다.

배에는 힘을 주고 어깨와 목에는 힘을 빼란다.

다리는 아래를 향하고, 갈비뼈아래는 늘리고, 갈비뼈는 조이고, 등과 머리는 펴서 위로 늘리란다.

참 기가 막힌다. 어렵다!

내 몸뚱이인데 뭐 하나 제대로 되질 않는다.

용케 동작을 완성하면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잘하던 동작도 더 높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턱과 머리가 먼저 마중을 나간다.

속 마음이 금세 몸에 나타난다.

참 투명하기도 하지!


속일 수 없는 속내를, 욕심도, 포기도, 머릿속 딴생각도 몸뚱이가 다 내보인다.

필라테스는 균형을 맞추고 중심을 안정시켜 틀어진 몸을 바로잡는 운동이다.

그동안 참 엉망으로 살았구나 싶다.

삐뚤게 보고 삐뚤게 걸었으니 몸도 삐뚤어졌겠지!

투명한 몸뚱이를 반성한다.

제 몸도 마음도 맘대로 못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원했던 모든 것도 함께 반성한다.

욕심도, 미움도, 슬픔도, 모두 내려놓고 '에고 나 죽었네' 싶으면 수업 끝! 집에 가란다.

큰 숨 내쉰다. 또 하루 버텨냈구나!, 배웠구나 하며 힘든 발걸음 집으로 옮긴다.


반세기 넘은 몸뚱이

얼마나 함부로 썼는지

여기저기 삐걱댄다.


어깨는 내리고

고개는 들고

허리는 말지 말란다.

두 발로 땅바닥 꾹 누르고 서란다.


걸음마! 걸음마!

손뼉 쳐주는 이 없어도 걷는다.

나어린 스승 그림자 따라 다시 걷는다.

삐뚤빼뚤 갈지자 말고

똑바로 걷는 연습을 한다.


걸음마 뗀 아기처럼 신나고 재밌는 것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