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나이 66세.
화장실에 들어서면 큰 거울이 있다. 나의 등장으로 왠 중 늙은이가 비쳐져 있다.
아마 60년 전에는 왠 어린 아이가 비쳐져 있었을 것이고, 약 40년 전에는 왠 풋풋한 젊은이가 비쳐져 있었을까?
그런데 지금 비쳐진 모양을 자세히 보니 이상한 점이 있다.
현실에서 나의 오른손 그리고 왼손이 거울에 비쳐진 형상의 입장에서는 오른손은 왼편에 왼손은 오른편에 있네?
실은 거울은 모든 것을 그대로 비쳐낸다. 예를들어 모습이 비쳐지듯 내 목소리도 비쳐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비쳐졌을까? '해랑사 를너 는나' 로 비쳐졌을까?
이 순간의 냄새는? 맛은? 어떤 감촉과 그 느낌은? 과연 어떻게 비쳐졌을까?
비쳐지는 것은 모양이 등장하고 나서다. 등장인물이 없었다면 당초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을까?
뭔가가 알아진다는 것이 그 어떤 것의 등장 이후라면, 알아진다는 것은 그림자 인가?
그렇다면 정신이 먼저인가 물질이 먼저인가? 아니면 정신과 물질은 다 같은 것으로 다 허상인가?
다 같은 것에 불과한 것인데 구태여 정신이다 물질이다 하고 분별을 떠는 것일까?
나라고 알고 있고 현실이라고 알고 있는 그 무엇이 모두 거울에 비친 것임을 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조리 반대로 비쳐지고 있는데, 이것은 오른쪽이고 저것은 왼쪽이라고 우기고 있다면 뭐가 진실일까?
진실을 안다고 하는 그 진실은 과연 있는 것인가?
현재 규정, 단정, 평가, 판단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철떡같이 믿고있는 나, 그리고 현재라는 현실, 이 모든 것은 진실인가?
이러한 고정관념에 기초하여 펼쳐진 세상이라는 것은 진실인가?
지금 안다고 하는 이 모든 것이, 즉 비쳐진 것들이 (알고있던 그대로의) 사실들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런것에 연연하여 끊을 수 없는 결박 상태로 이 현실이 펼쳐진 것이라면 과연 지금 자유로운 것인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왜곡된 그 어떤 결박에 의해 지배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매 순간 뭔가 자명하지 못하여 부대 끼고 불편했던 것이 삶이라는 현상이었나?
원래부터 고정된 것은 없었다.
뭔가가 등장하자 그 그림자가 드러났을 뿐. 그 뭔가가 사라지면 흔적도 없이 비워질 뿐.
그리고 하나 더.
비쳐진 모든 것들은 모두 붙어있다. 그들은 이것 저것으로 따로 따로 떼어 낼 수 없는 것, 모두 같은 것.
그리고 2차원 현재가 현실이데, 누가 무엇이 3차원 공간이라고 분별을 떠는 것인가?
진정 자유롭고 싶다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