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삿날은 생일잔칫날

종가 맏며느리 37살 아들넷엄마

by 아들넷엄마


나는 종가의 맏며느리다.

아버님이 편찮으신 이후로,

제사는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벌써 6년째다.

코로나 이후로 작은집 어른들은 오지 않으시고,

우리 식구끼리만 조용히 지내고 있다.


얼마 전 월요일은 시할아버님 제사였다.


여름이라 덥고, 혼자 장보고 정리하고

음식을 만들다 보면

솔직히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제삿날이라고 하면

“우와! 생일잔치다!” 하며 마냥 좋아한다.

“맛있는 거 많잖아!” 하며 손뼉을 치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생각을 바꿨다.

그래, 아이들과 함께 잔치처럼 준비해 보자.

그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

제사도, 명절도 더 이상 부담스러운 행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가족만의 따뜻한 전통이 되어가고 있다.


허례허식은 덜어내고,

가족들이 먹을 만큼만 간단하고 정갈하게 준비한다.

모양도 맛도 예쁘게.

누가 봐도 “이건 우리 가족의 제사상이다” 싶은 그런 상차림.


12살, 8살 형님들은

그릇 정리, 음식 나르기, 뒷정리까지 척척 도와준다.

4살 쌍둥이 동생들은 형들이 하는 걸 보며 제법 따라 한다.

도와주는 건 아직 어설프지만,

그 모습마저도 고맙고 뿌듯하다.


제사 지내며 초에 불을 붙이면

아이들이 갑자기 “생일 축하 합니다~” 하고 노래를

부른다.

제사상 앞에서 생일축하 노래라니,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지금은 그 웃음소리가 이 날의 가장 큰 선물이다.


제삿날, 우리 집은 잔칫집이 된다.

이제는 힘듦보다 따뜻함이 더 많이 남는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전통,

이런 추억이 자라나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마음을 기리는 것이 소중하다는 걸,

아이들도 경험하며 자연스레 알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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