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빠의 한마디
결혼 후, 친정아빠는 항상 신랑을 먼저 챙기라고 말씀하셨다.
신랑에게 서운한 일이 있어 친정에 가서 투덜거리면
언제나 아빠는 “그래도 니가 참아야지”라며 신랑 편을 드셨다.
나랑 여동생은 항상 웃으며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아빠는 심보미 아빠야? 이재광 아빠야?”
아이를 낳고 나선, 또 아이를 먼저 챙기라고 하셨다.
“네가 엄만데 당연히 참아야지.”
그 말이 야속하게 들릴 때도 있었지만
우린 늘 자식이 먼저였던 아빠의 삶을 봐왔기에
그저 아빠는 그런 분이라 생각하며 지나왔다.
그러다 쌍둥이를 낳고 아이 넷을 키우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질 것 같은 날들이 있었다.
크게 웃지도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 날.
아빠가 갑자기 전화를 하시더니
아이들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우리 집에 오셨다.
그날도 나는 분주했다.
아빠에게 커피 한 잔 내드리고는
다시 내 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아빠가 커피를 후루룩 마시시더니
갑자기 그러셨다.
“우리 큰 딸, 한번 안아보자.”
그러곤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결혼하고 13년 만의 첫 포옹이었다.
당황해서 “왜 그래, 아빠” 하고 웃었더니
아빠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니 생각 제일 먼저 해.
네가 있어야 애들도 있는 거야.”
그 말이 마음 깊숙이 박혔다.
평생 신랑과 아이들만 먼저 챙기라고 했던 아빠였기에
그 한마디가 더 깊고 울컥하게 다가왔다.
아빠가 집에 가시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아무리 손주가 예뻐도
아빠에겐 여전히 딸인 내가 제일 먼저일 텐데.
아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나일 텐데.
그런 나를 돌보지 않고 살아온 내 모습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하루 10분이라도
나를 꼭 안아주고 돌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내가 있어야,
아이도 있고, 가정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