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맛과 단 맛
나는 아포가토를 참 좋아한다.
진한 에스프레소의 쓴맛과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단맛이
입안에서 동시에 퍼질 때의 그 조화로운 충돌.
쓴데도 맛있고, 단데도 깊은 그 맛이
어쩐지 내 하루하루의 육아와 닮아 있다.
육아는 말하자면 인생의 아포가토 같다.
아침부터 아이들 등원 준비에 쫓기고,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아이의 떼쓰는 소리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순간,
나는 에스프레소처럼 쓴 현실을 한 모금 들이킨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아이의 작고 따뜻한 손이 내 손을 꼭 잡아줄 때,
“엄마 최고야! “라는 말 한마디가 불쑥 튀어나올 때,
나는 부드럽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을 얹은 듯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육아는 항상 단맛만 있는 것도,
늘 쓴맛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할 때
비로소 진짜 ‘엄마로 사는 맛’이 나는 것 같다.
아이에게 화를 낸 후 미안해서 혼자 눈물을 훔치다 보면
“엄마 화났어? 미안해” 하며 와락 안기는 아이 덕분에
순간 모든 감정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다.
다시 웃게 되고, 다시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나는 또 하루를 살아낸다.
가끔은 너무 진한 에스프레소 같아서
이 쓴맛이 언제 끝날까 싶지만,
그 안에 어김없이 숨어 있는
작은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이
내 마음을 달래주고,
또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육아는 아포가토다.
복잡하고 오묘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고,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쌉싸름한 단맛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