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한 건 어른 뿐이었다

아이들이 먼저 보여준, 낡은 집에서의 넉넉한 마음

by 아들넷엄마


첫째가 6학년이 되던 해, 우리는 이사를 했다.

지금까지 살던 아파트는 말 그대로 ‘초품아’ — 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였다. 아이들이 어릴 땐 그보다 좋은 조건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커가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로 넘어가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가장 가까운 중학교가 너무 멀었고, 통학이 어려워질 게 뻔했다. 결국 우리는 이사를 결심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강남 대치동 같은 소위 ‘명문 학군’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내가 초중고를 다니고, 결혼 전까지 살아온 익숙한 동네였다. 나에게는 추억이 가득한 곳.

남편은 아이들이 너무 결핍 없이 자라는 것이 걱정이라며, 일부러 구축 아파트, 좁은 집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살짝 겁이 났다.

무려 38년 된 아파트, 작은 평수, 화장실 하나.

게다가 여섯 식구.


이삿날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은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

‘애들이 불편해하면 어떡하지?’

‘공간이 좁아서 서로 부딪히고 스트레스받으면 어떡하지?’

‘화장실 한 개로 여섯 명이 어떻게…?’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런데 막상 이사를 하고 나서 보니,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와! 여긴 골목길이 있어서 숨바꼭질하기 좋아요!”

“엄마, 여기는 큰 나무들이 많아서 숲 속 같아요~”

“우리 맨날 거실에 다 같이 노니까 좋지요?!”

“우리 오늘 거실에서 다 같이 잘까요?”


아이들은 불편함보다 새로운 즐거움을 먼저 발견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놀이를 찾고, 웃음을 만든다.

불편해한 건… 결국 나와 남편, 어른 뿐이었다.


아이들이 내게 다시 가르쳐준 건

‘삶의 조건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깃든 태도’였다.

집이 크고 새롭고 예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웃음이 있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있다면

어디든, 어떤 집이든, 우리에게는 충분한 공간이라는 것.


내가 머무는 태도만 달라져도,

삶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아이들이 먼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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