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장이 사라진 자리에, 아이의 책임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때는
이알림으로
엄마도 같이 알림장을 받았었다
숙제도, 준비물도
하루의 흐름을
나도 함께 알고 있었다
하나하나 대신 챙겨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슬쩍 들여다보고
혹시 놓칠 것 같으면
힌트를 줄 수는 있었다
그게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중학교에 가고 나서
그 당연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느껴졌던 건
알림장의 부재였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처음엔 그게 참 낯설고
솔직히 말하면 불안했다
그래서 자꾸 물어보게 됐다
“내일 준비물 뭐야?”
“과제 없어?”
아이를 믿지 못해서라기보다는
내가 불안해서였다
그런데 그 질문들이 쌓일수록
아이도, 나도
점점 예민해졌다
도와주려던 말이
잔소리가 되고
확인하려던 마음이
간섭이 되어갔다
그래서 멈춰보기로 했다
더 이상 묻지 않기로
점수가 조금 깎이더라도
한 번쯤 혼나더라도
이제는
아이가 스스로 챙기고
스스로 책임지는 시간을
겪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입학 이틀 만에
문학 시간에 읽을 책을
챙겨가지 못해
벌점을 한 번 받았다고 했다
그날 이후로는
오히려 더 잘 챙기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한 발 물러난 자리에
아이가 한 걸음 자라고 있었다는 걸
아직도 가끔은
묻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조금 더 참아보려고 한다
엄마의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거라고
믿어보면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덜 묻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