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Ekie Sep 20. 2023

Rise Heavenward

Bird in space

미국 생활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적응과 부적응이 엇갈려 반복된다.


미국 학교 생활에 딱히 기대도 공포도 없던 아이들은

말 안 통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6시간 반을
외롭게 보내는 게 무엇인지

학교 생활이 시작되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아마존에서 새 가방 고를 때의 흥분감은 사라지고,

매일 아침을 걱정과 긴장 속에서 맞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말 안 통하는 남의 나라, 의지할 데 하나 없이

아이 셋을 키우는 데 드는 에너지는

내 순진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하루하루를 긴장감 속에서 살아내고 있는 아이들과 내가

가장 예민한 시간은 이른 아침이다.


오늘도 학교 갈 시간이 다가오는데,

죽을 상을 하고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커리어를 포기하고 여기까지 온 나의 선택이 후회스럽고  

새벽 5시부터 아이 셋 도시락을 싸는 나의 처량한 노고에

화가 치민다.


먼저 터지는 것은 항상 나다.

이른 아침부터 부실한 현관문 밖까지 쩌렁쩌렁 울리도록  

아이들을 꾸짖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은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순하기만 한 아이들은 얼굴이 눈물범벅이 돼서

잘못했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빈다.


다들 제 학교, 교실로 사라지고 나면,

나는 뉴욕 현대 미술관으로 향한다.

마치 내가 이 모든 변화에 피해자라도 된 것처럼

그래서 나는 뉴요커의 삶이라도 즐겨야 억울하지 않다고

주장하듯

   

아이들을 펑펑 울린 아침이 무색하게  

MOMA로 고집스러운 발길을 옮긴다.


MOMA에 왔으면 당연히 고흐부터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5층에 바로 향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Brancusi를 만났다.


도록 사진으로만 접하던 Bird in space도 저기 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작품을 설명했던 수많은 단어들, 표현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Rise heavenward

Brancusi는 Bird in space를 포함해

본인의 모든 작품들에 대해서

Furious struggle to rise heavenward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하늘로 치솟아 오르던 새의 형상인 줄

알았던 작품이    

닿을 수 없는 어딘가를 향해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온갖 힘을 다해 발끝을 세우는 애절한 누군가의 몸짓 같다.

Bird로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space를

향하는 어리석은 비상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결심했었다.

평생 아이들이 기대고 의지하고 돌아올 수 있는

가족의 기억, 엄마의 향기를 남겨주자고


나는 오늘 실패했다.

내일도 실패할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삶의 무심함.

그저 내일의 실패가 오늘의 실패와 다르길 바라면서

또 반성하고 후회하고 도전할 수밖에 없다.


뉴욕 MOMA

Brancusi 작품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사죄의 저녁 메뉴를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소소한 사람들의 뉴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