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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Mission Impossible

명작은 영원하다

by CE Lee

“볼까?” “세 시간이라는 데 괜찮겠어?”

웬만해서는 먼저 영화 보러 가자 소리를 않는 남편이건만, 지난주부터 이 영화가 궁금한 눈치다.

크게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영화가 아니고는 대부분의 영화를 재밌게 보는 나는 재빠르게 영화관과 시간을 검색해 예약한다.


딴따 따라 딴따 따라 딴!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디딩!

아무리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살면서 몇 번은 들어봤을 멜로디.

이 부분을 들으면 말도 안 되게 높은 곳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며 낙하하는 배우 톰 크루즈와 미녀 배우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뻔한 결말, 알면서도 왜 볼까?

미션 임파서블은 1960년대 제5 전선이라는 드라마가 원작이고, 1996년 첫 영화를 시작으로 총 여덟 편의 시리즈가 개봉되었는데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영화관을 자주 찾지는 않는 남편도 이 시리즈는 볼 정도이니 공개될 때마다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것은 당연하다.

매번 좋은 기록을 세우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는 첫 번째 미션 임파서블, 2년 전인 2023년에 상영되었던 데드 레코닝, 그리고 주말에 본 파이널 레코닝, 총 3편이다.

이 3편의 영화에서, 기억나는 몇몇 장면들을 제외하고 시리즈의 내용은 비슷하다.

어김없이 로맨틱한 관계의 연인과 서로 신뢰하는 동료들이 나온다.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어려움에 빠지거나 같은 편에게 배신을 당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목숨과도 같은 동료를 잃기도 하지만, 항상 불가능할 것만 같은 임무들을 완수하고 살아남는다.

영화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큰 맥락은 변함이 없고 결론은 늘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오히려 항상 예상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

매일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현실은 참 녹록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들을 뉴스에게 접하기 쉬운 요즘이다.

마음 놓고 행복한 결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음이 보장되는 끝맺음이 나는 참 만족스러웠다.



나이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어!

정말 저렇게 달려도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계속 전력질주를 하고, 아찔한 높이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거나, 종종 비행기나 헬리콥터 같은 상공에 높이 떠있는 비행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이단 헌트, 아니 톰 크루즈.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메운 얼굴은 주름 투성이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건재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속 30대의 팽팽한 얼굴과 대조되는 60대의 이단 헌트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가 같이 늙어가고 있음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60이 넘은 나이임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고난이 액션을 연기하고 대역 없이 아찔한 순간을 직접 소화하는 톰 크루즈의 열정은 실로 놀라웠다.

계속해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빛을 내는 그의 모습이 참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의 모습을 보며, 아직 40대인 나도 늦지 않았다는 용기가 생겼고, 나이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별개라는 사실이 새삼 위로가 되었다.



소중한 이들과 이름도 모르는 이들을 위하여

이단 헌트는 종종 자신을 포함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저울질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때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포기하며 이단 헌트의 등을 두르려 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이단 헌트의 비이성적이지만 전부를 건 결정들로 인해 인류는 구원을 받고,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는다.

영화를 보며, 나치 시절 자신의 목숨을 걸고 수만 명의 유대인에게 비자를 발급해 탈출시켰던 포르투갈 외교관 수자 멘데스, 6·25 전쟁 중 군물자와 자신의 생명을 걸고 피난민들을 대피시킨 이름 모를 군인들이 떠올랐다.

이단 헌트는 영화 속 인물이지만, 실제로 그런 선택을 감당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건 아닐까.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었을 텐데.. 두려움을 이겨낸 의인들 덕분에 우리가 오늘을 살아간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러므로, 미션 임파서블!!

3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화려한 액션이 가득했던 미션 임파서블.

심해 속 잠수함 잔해에서 기압차를 이기며 어렵게 탈출하는 연기는 너무도 생생해서 내 몸도 꼬이는 기분이었다.

경비행기의 날개에 매달려 이륙해서는 그 높은 상공에서 기어이 조종석을 차지하던 장면은, 영화인 것을 알면서도 내 심장을 콩알만 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만큼은 희생이 헛되지 않다. 선한 이는 살아남고 정의는 반드시 실현되는 서사 속에서 위로받았고, 그 모든 이야기의 끝이 권선징악과 해피 엔딩을 향해서 좋았다.

톰 크루즈가 노익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뻤고 익명의 수많은 이단 헌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끼며 나는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었다.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모두 갖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final)이라 했지만 왠지 70대의 이단 헌트도 기대하게 만드는 재밌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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