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해변에서 #002,
평화로운 오후, 엄마는 강아지를 자전거 뒷바구니에 태우고 조용히 지나간다. 강아지는 조그맣게 웅크리고, 엄마는 바람을 가르며 나아간다. 나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엄마는 강아지가 성가시다고도 하고 때때로 엉덩이를 한두 대 툭툭 치기도 한다. 발톱을 깎을 때 버티면 짜증을 내고 씻기려 하면 고개를 홱 돌리는 녀석에게 윽박도 지른다.
그런데도 엄마는 여전히 강아지를 돌보고 밥을 먹지 않으면 속절없이 걱정한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서도 결국은 손끝으로 털을 쓰다듬고 잔소리 끝에 남는 건 늘 같은 마음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나도 저런 사랑을 받고 자랐겠구나. 어릴 적, 성가시게 굴어도 엄마는 나를 등지고 돌아서지 않았겠구나.
강아지는 엄마를 무서워하면서도 여전히 사랑받고 싶어 하고 눈에 안 보이면 하염없이 기다린다. 혼이 나도 마음이 꺾이지 않고 그 존재를 세상의 전부로 여긴다.
나는 묻는다. 누군가에게 저런 사랑을 줄 수 있을까?
혼내면서도 걱정하고 성가시다고 해도 떠나지 않고 그 존재를 말없이 기다려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이미 받았다, 어릴 때.
그 사랑이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