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금요일 제주한달살이 26일 차. 비가 오다가 멈추다가 옷 버릴 만큼 내렸지만 우리는 숙소를 나섰다. 목표지는 조천읍 건흘리에 위치한 [동백동산]과 조천읍 비자림로에 위치한 [산굼부리]다.
[동백동산] 습지는선흘곶자왈에 속해있다. 이곳은 지하수함양이 높고 식물의 다양성으로 2010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되었다. 2011년에는 람사르습지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선흘곶자왈 지역에 동백나무가 많아 붙여진이름이며 곶자왈은 숲을 의미하는제주도 방언인데 나무와 덩굴이 엉켜 어수선한 곳을 가리킨다고 (제주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주차장은 무료이며 안내센터가 있다. 입구부터 다양한 수목이 우거져 숲길을 이루고 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으나 우리 몸에 직접 안 떨어질 만큼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며 하늘을 가려주고 있었다. 길바닥에는 묵은 잎들이 떨어져 쌓여 울퉁불퉁한 돌들을 덮어주고 있었다. 습지인 [먼물깍]을 기점으로 남은 거리를 숫자로표시해 주었고 탐방로에 대한 안내판이 곳곳에 서 있다. 오고 가는 탐방객도 많고 유치원 유아들이 체험학습도 나와있었다. 제주콩난이 줄기 전체를 감아서 함께 자라고 있는상록수도 보여서 공생의 모습도 보았다. 제주콩난은 구멍 숭숭 뚫린 바위에도 자라고 있었고 길에 나뒹구는돌에도 이끼가 푸르게 자라고 있어서 습지임을말해주고 있었다. 줄기가 구불구불한 기이한 모양을 한나무들아래에는 멸종위기라는 제주고사리삼이 키 작게 낮은자리를 차지하여 멀고도 먼 원시림 그대로인것 같았다. 오래되어 썩어 쓰러진 나무에서 나는 습한 냄새와 파릇한 봄을 맞아 올라온 샛노란 새순에서 나오는 나뭇잎향이 숲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다양한 버섯과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는 이곳 [동백동산]은학생들체험학습 장소로 최적이며 아울러 적당한 거리의 숲길은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코스로 추천하고 싶었다. 먼물깍에 도착하니 작은 연못이 있고 다양한 수생식물과 소금쟁이를 비롯한 생물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연못 속이 궁금했다. 이 깊은 숲 속에 이 연못은 도대체 언제 만들어져 어떤 생명체가 저기로 들어왔을까? 1시간 정도 탐방로를 빙돌아오니 유럽풍으로 꾸민, 말과 마구간까지 갖춘 카페가 있어 들렀더니 정원에는 그동안 내가 만나지 못했던 희귀한 꽃과 나무들로 가꾸어져 있었다. 차를 마시고 나와 조금 더 숲길을 걸으니 출구가 보였다. 눈, 귀, 코가 호강한 동백동산애는동백나무가 몇 그루정도만 보였으나 주차장에서 나와 차를 타고 나오는입구부터큰길까지는동백나무들이 하늘 높은 줄모르고 자라서 온통양쪽 길을 차지하고 있었다.
[산굼부리]로 핸들을 돌렸다. 매표를 하고 들어서는 입구부터 감탄사가 나왔다. 벌써 봄인데도 어마어마한 넓이의 누런 억새밭이 반겨주었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다. 우리는 억새길을 택하여 가파르지 않은 정상에 오르니 영화를 찍었다는 한 장소가 나왔다. 외롭게 서 있는 한그루의 나무와 옆에는 널찍한 돌이 있었다. 거기서 우리도 영화 흉내를 낸 사진을찍고 전망대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니 분화구에는 온통 숲으로 우거져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나무가 거의 없던 [다랑쇠오름]의 분화구와는비교가 되었다. 각양각색의 나무들의 모습이 위에서 바라보니 부글부글 끓어 부풀어 오르는 거대한 녹색의화산돌덩어리들처럼 보였다.날개가 있다면 훨훨 날아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경이롭다는 단어 말고는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살아서 백 년, 죽어서 백 년'이라는 [구상나무 산책로]가 보여서 천천히 걸었다. 1907년 선교사에 의해 발견된 구상나무는 태양을 보고 전진하는 기상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모습으로 88 올림픽 때 심벌나무였다고 한다. 우리 국산종으로 알려진 이 구상나무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 사이에 이미 세계시장에서는 코리아 전나무로 알려지고 특히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활용된다고 하였다. 구상나무 추출물은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산책길을 따라 내려가니 산굼부리라는 큰 글씨를 쓴 하얀색의 커다란안내판이 보여서 또 사진을 찍었다.양팔을 크게 벌려 산굼부리 전체를 내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우리는 둘 다 내려가려니 아쉬워서 구상나무숲 오솔길에서 왔다 갔다 시간을 보내다가 출구로 내려왔다.
차에서 샌드위치와 달콤한 카라향 그리고 보리미숫가루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조천읍에 위치한 [스위스 마을]로 갔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건물들이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채색된 동화나라 같았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있고 한달살이 방도 있다는 안내문이 있었으나 대부분 비어있고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뜸했다. 집들의 모양이 거의 같은 구조로 정형화되어 있어서 '스위스 어느 동네에 와 있구나' 하는 느낌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으나 가게들 몇 군데 인테리어와 정원은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예쁘게 꾸며 놓았었다.
제주한달살이의 3/4은 걸었다. 남은 기간은 이제 차로 이동하면서 유명한 곳을 뒤져서 관광을 하고 있다. 시멘트로 이루어진 시내외에는 모두가 나의 눈길을 잡아 이끄는 곳이었다. 글로 배우는 것도 공부이지만 내 발로 걸어서 직접 보고 확인하다 보니 더 확실하게 기억에 남아있고 경치는 잔영으로 남아 파노라마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