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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향 Jun 03. 2024

늦지 않았지?

(할머니의 악기연주)

  난 음치다. 그래서 꿀성대를 가지지 못한 울분을 악기 연주로 풀고 있다. 그렇다고 어려운 악기를 배우는 것은 아니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했으니 오르간, 피아노는 기본으로 연주한다. 오카리나, 팬플릇을 비롯하여 부담 없는 소소한 악기 연주를 배울 수 있는 기회만 있으면 참여하다가 올해 5월부터 [에어로폰]이라는 악기를 접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오카리나를 오래도록 배워서인지 운지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이제는 이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악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목표는 2년 뒤에 다가오는 남편의 칠순 생일 때 멋진 축하곡을 연주해 주는 것이다. 가끔은 손가락이 말을 잘 안 듣지만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연습하다 보면 되겠지? 생각한다. 살다 보니 배움이란 것이 끝이 없다. 퇴직 후, 나에게 맞는 악기를 골라 죽을 때까지 연주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잘 선택한 것 같아서 요즘 살맛 난다. 다른 것에는  진심 욕심이 없다. 아주 소박한 소시민의 살림을 살고 있는 할머니인데 아직도 신명은 남아서 음악소리가 들리면 몸이 끄떡끄떡 움직인다. 오늘 이 시간을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며  복식 호흡에 열중하며 살아 숨 쉬고 있다.  

(내가 배우고 있는 에어로폰A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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