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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향 Jun 27. 2024

욕심버리기

  최근에 거의 열흘을 아팠다. 팔다리가 콕콕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고 머리는 열이 펄펄 나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아프고 목가래, 콧물 범벅 등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심하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었나 보다. 그렇게 잘 먹던 밥도 안 먹고 하루종일 침대 위에서 누워 자다가 깼다가 했나 보다. 병원까지 가서 진통제, 항생제를 비롯하여 몇 가지 약을 종합하여 팔뚝에 맞았다.


 나를 보고 강철 같은 여자라고, 아니 어디를 가더라도  살아 나올 것 같은 여자라고 주위 사람들은 그랬다. 그랬던 내가 이번에 아프면서 이틀간 남편 식사를 못 챙겨주었다. 눈치 빠른 남편이 집 앞의 식당에 가서 콩국수를 비롯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끼니를 때웠나 보다. 온몸이 아픈 와중에도 나의 뇌리를 강타하는 것은 이러다가 죽는다면? 하는 생각이 한참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일어나 남편이 사가지고 온 죽과 약을 먹었다. 아직 죽기에는 서러웠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죽으면 안 되지 싶었다. 이제 고생 안 하고 좀 쉬면서 살면 되는데 싶었기 때문이다. 친정엄마와 시아버님의 돌아가시는 모습을 최근에 경험하여서인지 늘 마음이 불안하고 잠을 깊게 못 자기는 했었다.


 그러다 혹시나 싶어서 2년마다 실시하는 종합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어디 한 군데라도 이상이 없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크게 악성은 아닌데 조심하라는 양성이라는 것이 왜 그리 많은지? 물혹이 있다거나 뭐 염증이 있다거나 어려운 용어까지 적혀 있었고 심지어 친절하게도 어느 한 분야에서는 전문의료진에게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도 권했다. 겁이 났다. 아니, 나 자신이 삶에 애착이 그렇게도 많이 남아있는 줄 이번에 알았다. 다시 분야별로 차근차근 전문의 검사를 받았다. 예를 들면 CT까지 찍었다. 돈이 안 아까웠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남편은 " 야, 이 사람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어디 한 군데라도 젊었을 때와 같이 깨끗한 곳이 어디있노? 걱정 너무 하지 말고 이제부터 조심하면 된다."라고 하였다.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중소도시이지만 그래도 소문났다는 몇 군데의 전문의를 찾아 위, 간, 대장, 신장, 가슴, 자궁 등을 검사하였다. 결과는 처음 종합검진받을 때와 같은 소견이었다. 그럼, 위험한 상태는 아니지 않은가? 감사하다고 90도에 가까운 인사를 분야별 의사 선생님들께 했다.  


 며칠 후 오랜만에 친구 모임이 있어 나갔더니 열흘간 아픈 후유증으로 살이 3킬로 쑤욱 빠진 나에게 모두들 한마디 했다. 다이어트했느냐고? 보는 눈은 모두가 귀신이다. 그동안의 걱정과 나의 건강 대처를 이야기 했더니 모두들 아주 가볍게 여기면서 본인들의 건강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뇨부터 고혈압에 이르기까지 약보따리를 안고 산다는 친구를 비롯하여, 말은 안 했지만 군데군데 여러 가지 장기를 들어낸 적이 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세월 앞에 장사는 없구나 싶었다. 아, 그렇구나 싶었다.


 이번에 아프면서 나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 치 앞의 내일 일도 모르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물론 나의 몸을 많이도 사용한 것도 맞고 그동안 특별하게 안 아팠던 사실도 고마운 일인 것이다. 이제 실버인생을 어떻게 보람 있게 보내면서 주위분들에게 피해를 안주는 건강한 삶을 살 것인가? 싶으면서도 인생이란 것이 생각만큼 어디 내 뜻대로 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욕심을 버리고 건강만 챙기면서 살아야지 싶었는데 오늘 나는 또, 욕심을 못 버리고 에어로폰을 배우러 갔다가 거의 1시간 반을 선생님께 쉼 없이 지도를 받고 왔다. 재밌는데 어떡할 것인가? 그래, 내가 재밌으면 계속하는 거지? 아플 때 아프더라도 신나는 일이면 해야지 싶다. 그래야 눈감을 때 후회하지 않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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