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고해성사실에 들어가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맞은편 신부님께서는 기다려주셨다. 그렇게도 죄를 많이 지었었나? 어디, 누구에게라도 그동안 펑펑 쏟아내고 싶었나 보다. 후련했다.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고 합리화하며 오랜 시간을 냉담했었다. 마음은 항상 거기 가 있으면서도 말이다. 심지어 저녁식사 후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면서도 목적지는 성당까지였는데 냉담 중이라 들어가지는 못하고 마당에 서 있는 성모상 앞에서 성호를 긋고 오곤 했다. 또 혹시나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못 가면 어쩌나 싶어서 고민을 했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실타래처럼 엉켜있어 풀지 못한 가장 큰 하나가 세례를 받고 성당에 가지 않은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야지, 가자. 아무런 생각하지 말고 가자.'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아파트 통로에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지인이 부부 함께 주일 새벽 미사에 참여하고 오는 것을 보았다. 너무 반갑고 부끄러웠다. 엘리베이터에서 잠시였지만 인사를 나누고 나도 가고 싶다고 했었다. 그러고 그 이튿날 자고 나니 우편함에 매일미사 책자가 놓여있었다. 너무 오랜 기간 냉담하여서인지 생소하였다.
지인에게 솔직하게 고백하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그 이유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하였다. 마음만 그냥 가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그 지인의 자세한 지도아래 고해성사를 하고 영성체를 받고 미사까지 보고 왔다. 내 삶을 되돌아보면서 사회, 도덕적인 잣대에 어긋나는 행동은 안 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았다 치더라도 그냥 부끄러웠고 죄송하다는 말만 자꾸 나왔다. 그날 저녁 나는 날아갈 듯이 마음이 가벼웠다. 깊은 잠도 잤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모르는 것도 너무나 많다. 그러나 앞만 보고 가봐야지 싶다. 그러다 보면 옆에서 응원하던 남편도 슬그머니 동행할 것 같은 느낌이다. 다시, 그분 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