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22. 화.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는 날이다. 6시에 기상하여 9시에 파묵칼레로 이동한다고 했다.
아침식사로 닭케밥이 나왔다, 닭고기를 좋아하던 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를 않았다.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방으로 들어와 조금은 외모를 꾸몄다. 집에서 옷준비를 하면서 요일별로 입으려고 상하 딱 맞추어 옷을 가져왔는데 육체적으로 힘들다 보니 이리저리 아무 생각 없이 입고 말았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들 앞에서 그나마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못 건져서 오늘은 한 장 정도는 건져야지 싶었다. 사실, 성격 급한 나는 일행들 앞에서 성큼성큼 걷고 있는 롱다리 가이드 바로 뒤를 따라 걷고 있고, 남편은 항상 뒤따라오며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앞서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안 보여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남편 모습이 나타나면 다시 걸으면서 속으로 웃었다. 대강 얼렁뚱땅 사진을 찍는 나보다는 카메라도 엄청 크고 꼼꼼하게 이모저모 다 사진기에 담아내는 실력을 가진 남편이기에 '앗싸, 이번 여행에도 아주 확실한 성격의 남편 사진을 도용해야지.' 싶었던 것이다.
거의 3시간 30분을 달려서 파묵칼레에 도착하였다. 워낙 넓은 땅덩어리다 보니 이동하는데 시간을 많이 소요시켜서 하루에 몇 군데를 관광하지 못함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땅덩어리 넓은 이 나라가 부러웠다. 집값도 안 비쌀 것이고(가이드에게 질문하려다가 속물 같아서 패스, 초, 중, 고, 대학교 교육제도에도 궁금하여서 질문하려다 전직 교육자인 것이 드러날까 봐 패스하고 그냥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
"목화성"이라는 뜻을 가진 파묵칼레에는 자연이 빚어낸 순백색의 아름다움을 지닌 석회붕이 드러누워 있었다. 가는 도중에 마침 어느 밭에서 아직 수확을 미룬 목화꽃이 핀 모습을 보았다. 가이드가 손짓으로 가르쳐 준 곳에 초점을 맞추니 목화꽃이 피어있는데 따다가 다 못 따고 남은 것 같았다. 신기하였다. 그야말로 30여 년 전, 내 어릴 적 동네 밭에서 보았던 목화꽃이지 않는가?
[히에라폴리스]는 성스러운 도시의 대명사라고 한다. 파묵칼레의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도시이며 기원전 190년에 페르가문 왕조였던 유메네스 2세에 의해 처음 세워져 로마시대의 온천지로 가장 번성하였던 도시라고 한다. 히에라폴리스 뜻이 바로 "성스러운 도시"라고 한다. 그리스어 "히에로스"는 신성함을 뜻함. 고대 인구 15만 명의 대도시가 지진으로 모두 소멸하고 현재는 15,000석 규모의 원형극장만 복원한 상태였다. 자연과 역사유적을 갖춘 이곳은 1988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둘러보면서 그 당시의 규모와 건축 기술 등을 보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어마어마함을 느꼈다.
여기서도 우리는 전기 카트를 타고 40여 분간 주위를 둘러보았다. 완전 속도를 내면서 자그마한 차를 운전하던 기사님이 아직도 생각난다. 좀 안전을 지키자고요.
석회붕 지역은 온천수에 일정 부분 섞여있는 화산성 물질인 유황 석회등이 원료가 되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아주 순백색이 아름다웠다. 어떤 외국인 여성분은 아예 비키니 차림으로 몸을 담그고 있었고 수줍은 우리들은 그냥 발만 담그고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야말로 전세계 인종이 두루두루 다 모여든 것 같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거기서 한국 관광차를 넉 대를 보았다는 것이다. 어느 차는 앞부분에 순례지 탐방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순수하게 그냥 놀러 온 나는 갑자기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에라이 아, 내 인생! 누가 뭐라든 나대로 살자.' 하고 눈감아버렸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갑자기 낯설지 않은 동네 같았다. 몇몇 구간은 훼손을 막기 위하여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지만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고 맨발로 충분히 쉴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우리는 온천 호텔로 이동하여 오랜만에 여유 있는 시간으로 오늘 저녁은 충분히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