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마무리를 할 것인가?
(뜨개질을 하며)
"어머님,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결혼 8개월 차 며느리가 성탄절이라고 손편지와 함께 부드러운 쿠키를 보내왔다. 이렇게 신경 쓸까 봐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받고 보니 앗차, 어른인 내가 먼저 보내는 것이 옳았네 싶었다. 기념일 좋아하는 젊은이들인데 싶어서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성탄절 선물 뭘 보낼까?" 하니 며느리에게 오히려 부담을 주니 어쩌니 하길래 귀 얇은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생략을 했는데 며느리가 먼저 보낸 것이다.
순간, '아이고 내가 영감말 괜히 들었지' 싶었다. 그래서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출퇴근 운전 시나 사무실에서 포근하게 덮으라고 무릎, 어깨덮개를 짜주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실을 구매하여 뜨개질을 시작하다가 문득 요즘 '모피나 오리털로 만든 가볍고 따뜻한 제품이 엄청나게 나오는데 과연 손뜨개 덮개를 사용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 마음이니까 싶어서 마무리를 했다.
한 코씩 서로 얽혀 모양을 내면서 한 단씩 올라가 제법 그럴싸한 작품이 되기까지 사흘 밤낮이 걸렸다. 풀었다가 다시 이어가기를 반복하면서, 지금, 현재, 이 순간까지 흘러 온 내 인생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 후회되는 부분을 다시 엮을 수 있다면 싶었다. 이쯤이면 마무리해도 되겠다 싶은 시점에서 그야말로 노환 없이 자다가 떠난다면 내 뒷정리를 하는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을 텐데 싶었다.
심지어 교직생활 마지막 무렵에서 혹시나 갑질하는 관리자로 입방아에 오르내릴까 신경 쓰다 보니 학교경영에 필요했지만 어쩔 수 없는 다수의 힘에 밀려 나름대로의 중장기 계획을 미련 없이 접은 적이 있다. 인생사 마무리 단계가 참 어렵다는 걸 알려준 계기도 되었다. 나 스스로 결정한 모습이기에 후회는 없지만 어쩌면 나의 이미지 관리를 하느라고 포기를 안 했더라면 학교 전반에 더 많은 긍정 영향을 끼쳤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남아있다.
뜨개질 마무리를 하면서 엉뚱하게 인생사 마무리와 연결지은 내 생각은 어쩌면 최근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친정 엄마와 시아버님을 보냈기 때문이리라. 작은 손뜨개 작품 하나 만들면서 나는 마무리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알았다. 사람의 태어남에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것에는 순서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진리이다. 더구나 물질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넘쳐나는 영양으로 오히려 성인병이 만연하다 보니 젊은 나이에도 세상과 이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우리 사회 도처에는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만연하지 않은가? 너무 예민한 나의 반응인가? 웃기는 행동일 수 있겠지만 요즘 나는 서랍 속이나 싱크대속을 비롯하여 심지어 신발장까지 깔끔하게 정리 정돈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의 의지대로 살아지는 인생이 아니기에 훗날의 나의 마무리 모습이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어 남은 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