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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물려받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by 김수기

육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자신 없는 분야가 노래하기다. 노래방에 가면 낮은음으로만 작곡된 곡을 찾아서 부르다 보니 지인들은 내가 노래를 잘 못하는 줄을 모른다. 고음 올리기는 못하지만 다행히 리듬, 박자들은 그런대로 맞추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티브이마다 트로트가 유행인데 꺾으며 찰지게 넘어가는 구성진 노래들을 즐겨 듣다가 꺼이꺼이 목젖이 보이도록 흉내 내며 따라 부르지만 결국에는 컥컥하다 그만둔다. 다시 태어나면 오직 노래 잘 부르는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 주십사 하고 소원을 말한 적도 있다. 그만큼 신명이 많은 나인데 고음 부분에서는 삑사리가 나면서 엉망이 되어 버린다. 퇴직을 하고 미래 나의 버킷 리스트 목록에 오카리나 배우기가 있다. 내 성대로는 고음 처리가 어려우니 악기로라도 쫘악 고음 옥타브를 처리하며 노래를 멋지게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카리나를 배운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아파트 뒷산을 오르내리면서 리듬을 수도 없이 익히기도 하고 혹시나 아파트 소음으로 민원이 발생할까 봐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연습도 하고 있다. 굵게 굳어버린 손가락이 때로는 다른 음을 침범하여 이도저도 아닌 음을 낼 때가 많다. 내 마음은 벌써 둘째 마디를 가는데 손가락은 방황하며 제자리를 못 찾기도 한다. 외워 연주하기 숙제를 하기 위해 반복하기를 백 번쯤은 했을 터인데 지도선생님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이 마디 저 마디 악보가 범벅이 되어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갔었는데 망쳐서 당황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느리게 가야 나중에 성공한다고 하시며 격려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 비록 1주일에 한 번, 1시간씩 가득 채우고 나오는 배움이지만 나는 너무 신이 나서 오카리나와 사랑에 빠져있다. 100곡이 수록된 오카리나 교재를 펼쳐놓고 아직 배우지 않은 곡도 조금은 예습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칭찬에 인색한 남편이 듣다가 더러는 좋아졌다고 평가도 해준다. 잘 안된다고 스트레스받아가면서 늘그막 한 나이에 왜 하냐고 잔소리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훗날 5년 뒤에라도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니 친구들의 칠순 축하를 오카리나로 연주해주고 싶다. 무슨 악기든 한 번만 소리를 듣고 나면 오선지에 적을 수 있고 연주할 수 있는 DNA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제일 부럽다. 지도 선생님께 서는 연습왕을 이길 자는 없다고 하시며 나이 의식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자고 하신다. 나는 왜 이리 갖지 못한 능력에 미련을 가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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