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첫날, 컴컴한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이것저것 챙겼다.
새해를 맞아 수영 배우기를 목표로 정하고 혹시나? 하면서 지자체 주관 체육센터에 마감날 신청을 했더니 덜컥 붙어 버렸다. 새해에는 뭔가 운이 좋을 모양이다. 육십 평생 여태껏 살아오면서 어지간해서는 이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난 흥분했다. 그래서 등록하러 가서는 프런트에 앉아 근무하는 분 세분에게 추운 날 고생 많으시다고 커피를 사서 드렸더니 이러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미 사서 들고 간 커피를 버릴 수는 없잖은가? 그렇게 고마워할 정도로(물론 컴퓨터로 추첨하는 것을 알지만) 신청자가 많아서 몇 번이나 탈락하였었는데 새해에는 뭔가 잘 풀리는 것이었다. 새벽반 7시부터 매일 1시간씩 강습에 68,000원이라니 경제성도 있고 새벽잠이 없는 내게 새벽반은 그야말로 효율적인 나의 루틴을 제공하였다. 집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다가 신축 건물에 지자체 운영이라 근무자들 또한 너무 친절하였다.
그러나 기초반 20명이 대부분 나처럼 물속에 처음 몸 담그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갔는데 아뿔싸, 모두들 물고기들처럼 찹찹찹 물소리를 내며 전진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건 아니잖아요? 나를 비롯한 4인방 외에는 모두 넉 달 기초반 과정을 1,2회 습득하고 왔다는 것이다. 아이고야, 나는 벌써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직장생활 시에는 시간이 없어 못하던 것을 퇴직 후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오카리나는 이제 그만하고 작년 5월부터는 악기로 디지털색소폰이라고 부르는 에어로폰을 배우고 있다. 아주 신나고 재미가 있다. 운동으로는 이제 나이가 드니 골프는 팔이 아파 못하고 그동안 신나게 돌아다니던 둘레길 걷기도 무릎이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그만하고 수영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첫날부터 곁눈질을 하면서 보니 연령층은 고루고루 모인 것 같았다. 더구나 세상은 좁다더니 교장으로 재직 시에 조금 친하게 지내던 학부모회장께서 큰소리로 아는 척을 하셔서 첫날부터 나의 행동반경에 신경이 쓰였다. 그분은 벌써 중급 실력을 가지셨는데 초급반으로 자세교정을 위하여 다시 신청을 하셨단다.
하루, 이틀정도는 할만했다. 집에서 수많은 유00를 보고 갔다. 강사님은 뜨는 방법도 모르는 왕초보인 우리들 위주보다는 벌써 진도 나간 분들 위주로 하시면서 개인의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하셨다. 학생들 가르칠 때에 저마다 다른 학생들의 개인차 능력을 고려하여 지도하던 것이 생각났으나 여기는 어디까지나 성인 대상 수영장이다. 그냥 묵묵히 따라가고 혼자 연습하기로 마음먹었다. 첫날 바로 힘 빼고 물 위에 엎드린 자세로 발차기를 가르치셨다. 이상하게 나는 처음인데 유00를 본 것을 기억하고는 죽은 듯이 힘 빼고 엎드리니 물 위에는 떴다. 그러나 그다음부터는 소독약 냄새나는 물을 몇 바가지를 마시고 첫 수업이 끝났다고 기억한다.
그렇게 시작한 수영수업이 재미는 있는데 도대체 실력이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고 있다. 다 같이 비슷한 왕초보이면 마음이 조급하지는 않을 텐데 인간인지라 잘하는 중급 회원들의 자세들이 자꾸 눈에 들어와 왕초보 나와 비교가 되는 것이다. 왕초보자 4명 중 1명은 벌써 신나게 쭉쭉 자유형을 잘하고 배영 또한 잘 따라 하고 있다. 이제 나머지 나를 포함한 3명이다. 어찌하오리까? 1월이 지나고 2월 초부터 벌써 배영으로 들어갔다. 아직 자유형도 꼬르륵거리고 있는 판에 배영이라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였다. 7시부터 수업이 있는데 아직도 컴컴한 6시에 출발하여 가서 거의 40분 동안 미리 연습을 하고 수업에 들어갔더니 나이 육십 넘은 내가 죽을 지경이었다. 헉헉거리며 수업을 따라가는데 강사는 그것도 모르고 쉼 없이 발차기, 팔동작, 숨쉬기를 돌리고 돌렸다. 왕초보 외에 다른 분들은 그야말로 내 눈에는 선수들이었다. 어찌 힘하나 안 들이고 찹찹찹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끝나고 나면 "힘하나 안 들이고 지금 하시지요?" 물었더니 우리도 조금 지나면 자기들처럼 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주었다. 할 수 있다는 오기로 하다 보니 자꾸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수업 끝나고 집에 오면 그야말로 축 늘어졌다. 그런데 기분은 아주 상쾌하면서 날아갈 듯이 가벼움을 느낀다.
요즘의 하루 일상 머릿속에는 수영동작만으로 가득하다. 유00를 보면 수많은 수영강사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목소리를 높여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 나를 가르치는 강사님하고는 또 약간의 방법 차이가 있어서 가끔 질문을 하니 강사님은 전체 회원들 앞에서 절대로 유00를 보지 말라고 하신다. 우리 같은 왕초보들은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영장 물 한 바가지씩 안 먹고 우아한 모습으로 죽죽 나가고 싶은 심정을 왜 모르시나이까? 싶어서 집에 오면 또 보고 있다. 이제 자유형은 깃판잡고 숨쉬기를 하면서 25미터를 쉬지 않고 가는데 깃판만 놓으면 꼬르륵이다. 거기다가 자유형도 안 되는 우리에게 남아서 연습하라고 배영 발차기 숙제를 내어주신다. 아이고 강사님요, 싶지만 그래도 고맙다. 수업 마치고 개별로 지도를 조금 해주셨다.
벌써 2월 중순에 다가선다. 아이들용 작은 풀에서 남아 연습하고 있노라니 누군가가 슬그머니 와서 그런다. 시간 지나고 나면 어느 날 문득 되더라고. 그런데 그게 어디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가? 지금 이 순간 호숫가에 노니는 오리들이 물속에서는 수많은 발차기를 해대고 있음을 알기에 아, 앞으로 나도 수많은 연습량이 필요함을 안다. 끝까지 갈 것인가? 여기서 포기할 것인가? 포기하려니 주변 지인들 사이에 벌써 소문이 너무 많이 났다. 수영 배우고 나면 호텔 수영장에 가서 즐기자하는 유혹(?)이 벌써 들어왔기에 나는 내일 또 컴컴한 이른 새벽시간에 준비완료하고 수영장 초급반에 나타날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그대 꿈은 이루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