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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비교당하는 거 싫어.

(열등의식인가?)

by 김수기

시골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은 아니지만 대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유학을 갔다. 복도에 붙은 학급 편성 명단을 보고 교실로 들어갔다. 미리 대기 중이시던 담임 선생님이 가리키는 대로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좌석 배치가 끝나고 이름을 한 명씩 다시 부르시더니 눈도장을 찍으시길래 이름을 외우 시려나보다 생각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되면 가끔 내 주변에 오시고는 집이 어느 동네인지 물으셨고 자취한다고 하니 칭찬을 하시곤 했다. 사립학교였던 우리 학교는 평준화되기 전에는 그야말로 이쁘지만 머리 나쁜 애들 학교로 찍혀서인지 학교에서는 후배들 성적 올리려고 밤 10시까지 혹독한 야간학습을 시켰다. 다행히 선생님들은 공부하다가 모르면 언제든지 보충 설명을 해주시곤 했다. 그리고 매달 시험을 치르고 채점이 끝나면 석차대로 복도에 크게 붙여서 공개를 했다. 1학년 3월 말 고사 결과가 나온 후, 나는 몇몇 친구들과 교무실로 불려 갔었다. 내 순서가 되었을 때 선생님은 처음 반편성 시험에서 내가 반에서 35명 중 2 등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3월 말 첫 시험에서 20등이라 했다. 오래전 학교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 도시에 살던 주변 친구들은 중3 끝나고 공백기가 있는 그 시기에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며 고교 교육과정 선수학습을 하였다. 과외나 학원을 모르던 나는 3학년 마지막까지 매월 비교되어 공개된 성적 때문에 피가 말랐다. 합격예상 대학교 커트라인까지 적혀있었다. 영어, 국사, 국어 등 교과서를 달달 외웠다. 다행히 조금 향상이 되었고 3학년까지 아주 우수는 아니지만 창피한 성적은 아니었다. 나는 경쟁하고 비교당하는 것이 너무나 싫다. 더구나 내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 하위급 성적을 가지고 복도에 붙여있는 그 자체가 왜 그렇게 싫었는지 학교에도 가기 싫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나 나의 자식들에게 비교해 본 적이 없다. 자세히 보면 누구다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생활은 어차피 경쟁하고 비교하고 그리하여 차별대우도 받고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경쟁과 비교라는 단어에 대하여 가능하면 애써 안 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나의 노력에 따라 내 인생이 살아진다고 생각하며 살아와서 지금 현재의 나는 현재만큼의 나의 노력 대가라고 생각한다. 아들 결혼식에서 며느리에게 다른 친구집 가정과 비교하지 마라고 했다. 가정집 뚜껑 열어보면 어느 가정 없이 희로애락 다 가지고 산다고 했다. 며칠 전 모임이 있었다. 같이 퇴직한 A는 거의 해외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그것도 부부가 같이 간 인증사진을 매번 올리고 있다. 평소에도 여행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에서 살기를 원했던 사람이다. 반면에 나는 동네 뒷산에도 가고, 오카리나도 배우러 다니고, 서울에 사는 딸내미가 업무상 해외 출장가면 손주도 봐주러 가고, 자주는 아니지만 봉사활동도 다니고, 최근에 배운 골프 연습도 하고 있다. 하루가 짧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 한마디 툭 던졌다. 해외여행 언제 가냐고? 비교당했다. 직접 언급은 안 했지만 기분이 언짢았다. 나는 나대로의 인생 즐기며 계획대로 살고 있는데 말이다. 아, 진짜 나는 비교당하는 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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