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불가 성대를 지닌 탓으로 유독 악기 배우는데 관심이 많다. 악기로나마 고음을 불러 젖히고 싶은 대리만족이랄까? 전교생 50명 조금 넘는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 당시, 정년 3년을 남겨 두었던 나는 퇴근 후 개인 사무실에서 팬플룻을 배우고 있었다. 한창 재미를 느끼고 있을 당시에 그만 코로나가 터졌다. 입으로 부는 악기다 보니 무엇보다 더 위험해서 그만두어야 했고 강의료는 환불받았다. 매우 아쉬웠지만 감염되어 죽는 사람까지 있었으니 어쩔 방법이 없었다. 난 몰입형이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시도를 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향이다. 강사님은 당분간 사무실 문을 닫으신다고 하셨다. 뭔가를 항상 배우기를 추구하는 나는 2년 반 동안 배운 팬플룻 연주법 단계인 운지법과 호흡법 등을 배우면서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 쉬운 가곡 정도는 연주할 수 있었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그렇게나 어디에라도 써먹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교장으로 근무 중이라 교장실을 활용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로 했다. 5, 6학년 중 결손(조손) 가정, 방과 후 미참석자, 그리고 악기연주에 관심이 많은 희망자를 받고 보니 6명으로 구성되었다. 마음대로 안된다고 울던 녀석, 집에서 얼마나 연습하였는지 매번 앞서가던 녀석, 하기 싫어 뱅뱅 돌다 가던 녀석들과 개인별로 접촉하며 1년 6개월이 지나갔다. 학교 실적 발표회날, 심사위원들께 양해를 구하고 여섯 명의 왕초보 연주자들이 그동안 연습한 간단한 팬플룻곡을 연주하였다. 엠알을 크게 틀어서 아주 미세한 틀림은 간파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아주 큰 칭찬을 받은 점은 개인별로 여건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비록 인터넷에서 구매한 저렴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팬플룻으로 연주하던 녀석들이었지만 자신감 있게 불던 녀석들이 가끔 생각난다. "교장쌤, 뭐 하세요?" 하면서 장난스러운 이모티콘 몇 개 넣어 잊을만하면 메시지가 온다. 그것도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온다. 안타깝게도 나는 퇴직 1년을 남겨두고 학교만기가 되어 다른 학교로 떠나야 했고 이제는 그야말로 백수 할매인데도 늘 호칭이 교장쌤이다. 인근중학교로 진급한 그 녀석들에게 시작만 하고 마무리를 못하고 온 것 같아서 늘 마음이 찜찜하지만 훗날에 본인 스스로 그때의 경험이 동기유발이 되어 또 다른 악기 연주를 하면서 멋진 아름다운 삶을 살아주면 좋겠다. 남편이 늘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이 있으면 꼭 남에게도 가르쳐주려고 하는 모습이 직업을 못 속인단다. 그렇지 [ 배워서 남 주자]가 내 인생의 모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