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엄마는 돈을 택하실래요? 우애를 택하실래요?"
아들 녀석이 전화로 물어본다. 일이 생겼다.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그 당시에 엄마가 건강하게 살아계셨다. 그리고 오빠를 중심으로 우리 삼 남매는 우애 있게 잘 살고 있었다. 지자체에서 상속세 법적 기일 안에 처리하라는 공문이 집으로 날아왔어도 추후 오빠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도장을 주었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첫 기일이 지나고 한참 지나서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가 계좌를 묻더니 돈 얼마를 입금했더라며 언니인 나는 오빠가 얼마 입금했느냐고 물었다. " 아니, 난 돈 구경 못했는데?" 그랬다. 내가 주변의 지인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부모님 돌아가시고 상속 문제로 다투다가 형제지간의 우애고 뭐고 폭탄 터진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사전에 유서를 남기면 분명하겠지만 아무런 종이 한 장 남김없이 돌아가시고 나면 자식들 간에 사달이 난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집은 아버지나 엄마가 유언을 남겼으면 법이고 뭣이고 없이 당연히 오빠에게 다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이 최우선이고 금이야 옥이야 키운 오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러나 오빠는 '옛날사람이 아니니까 설마 요즘 법적인 상속 비율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싶었다. 그럼, 나는 왜 안 주지? 전화를 했더니 "니는 먹고살만하잖아?" 그랬다. 아마도 매달 받는 연금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내가 평생 재직하다가 퇴직 후 받는 연금하고 부모님 상속분하고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아, 아예 줄 생각이 없었구나' 단 한 번에 느낌이 왔다. 더 이상 대화하면 두껍게 가로막힌 벽에다 나 혼자 쇠망치를 두드려 소리내는 느낌이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서운함을 떠나 화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내가 전화하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설명이라도 좀 해 줬더라면 내가 그렇게 서운했을까? 그 와중에 헛헛헛 자꾸만 실소가 터졌다. '잠깐 이성을 찾아야지. 여기서 내가 평정심을 잃으면 주변 지인들의 경험처럼 우애고 나발이고 터지는구나'싶었다. 지자체에서 보내온 공문에는 논과 밭이 몇 평인지 목록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었고 내가 어린 시절 일손을 돕곤 했던 그 땅도 거기 들어 있었다. 거의 한 달을 참다가 아무 죄 없는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니하고 오빠만 부모님께 물려받은 같은 DNA이고 나는 아닌 모양이다" 하고 끊었다. 그게 다였다. 그리고 지금 현재, 나는 유류분은 벌써 포기했건만 앞으로의 삼남애 우애가 어떻게 전개될지 겁도 나고 자존심도 상했다. "엄마, 우리 밥 안 굶으니 그냥 모른척하고 살아요. 형제간에 우애도 중요하잖아요." 하는 내 아들 보기가 부끄럽다. 그러나 자꾸 속상하다. 시간이 지나면 서운한 마음이 엷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