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가 봐왔던 그녀의 이미지가 완전 깨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전교회장직을 맡아하고 대학 때도 대표자리를 맡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크고 작은 모임에서는 당연하게 대표를 맡았다. 단아한 모습을 유지하는 옷차림뿐 아니라 어디서든지 달변으로 모임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멋진 사람이구나' 생각했었다. 재직 시에는 업무를 빈틈없이 똑똑하게 처리했고 퇴직 무렵에는 주위 추천을 받아서 큰 상을 수여하면서 마무리하는 것을 보았기에 내가 생각하는 그녀는 본받고 싶은 똑똑한 사회선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까이할 기회가 없이 눈으로만 보이던 그녀에 대한 이미지가 깨진 계기가 있었다. 대선배들 몇몇이 친목 및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구성원 중 한 분이 건강이 안 좋아 빠지게 되자 나를 끼어넣은 것이다. 내가 모임자리에 처음 참석하였던 그날, 쉬는 시간 중에 한 사람이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나가니 그 순간의 찰나에 바른 이미지의 그녀가 자리에 없는 그 사람에 대하여 흥분을 하여서 뒷담화를 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다. 더 놀란 것은 같이 참석했던 다른 사람들 모두 같이 동조하는 것이다. 옴마야, 싶었다. 그럼 만일에 나도 화장실 가고 없으면 나에 대하여 저럴 것이 아니야?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고 협의할 일이 생겼다.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라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다들 의견이 비슷하게 모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는 순간, 내 앞에 있던 A가 자기의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분명하게 어필하였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싸아 왔다. 자기의 생각을 분명히 하라고 기회를 주어서 평소 주관이 뚜렷한 A가 의견을 말한 것이다. 다른 의견이 나왔으니 당연히 마무리를 못하고 역시 쉬는 시간이 되어 잠시 A가 자리를 비운 순간, 아이고야, 그사이에 A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아닌가? 의견 안 맞다고 저렇게 한 사람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할바에는 그냥 알아서 결정하지 협의며 토론할 시간을 왜 갖냐고 싶었다. 순간 [유유상종]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거기 모인 구성원들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카테고리 안에서 조직을 구성하였는지 모르지만 우선 눈에 보이는 성품들이 다 비슷하구나 싶었다.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들이 자기네들과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른 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구나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학벌이 좋으면 뭐 하냐? 나이가 많으면 뭐 하냐? 젊었을 때 한 자리했으면 뭐 하냐? 싶었다. 유유상종이라는 사전적 용어의 뜻을 보면 과거에는 인재의 모임을 뜻했으나, 요즘에 와서는 배타적인 무리들을 비꼬는 말로 자주 쓰이고 있으며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을 뜻한다고 한다. 나는 이글에서 아주 나쁜 면으로 사용하였다. 사람을 두고 뒷담화 하는 사람끼리 모였다는 뜻으로 말이다. 다음 활동 모임은 언제 할까요? 그녀의 제안에 잠시 뜸을 두다가 "저는 개인 사정상 아무래도 끝까지 함께 못할 것 같아서 오늘로써 그만두겠습니다." 그랬다. 좋은 의미의 봉사활동을 하면 뭐 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