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에서 살다 보니 한 다리 건너서 다 연결되어 "아, 누구 알아요." 한다. 그래서 참으로 조심스럽기도 해서 가능하면 언행도 조심하면서 나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은 내 성격상 딱 질색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말에 거실 커튼을 세탁하고 걸어보니 햇빛이 많이 드는 부분이 삭아서 축 쳐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어찌어찌 머리를 굴려 핀을 꽂아서 보이지 않게 잘 걸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찢어진 부분이 드러나서 너덜거렸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서 맞춤제작을 했다.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조금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실은 눈길이 많이 가는 곳이라 직접 가서 골랐다. 색상도 그렇고 만족스러웠다. 커튼하나에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지나 싶었다. 갈수록 '자꾸만 굳이 뭐 또 새것으로 바꿀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러다가 명절에 아들 녀석이 자기 방 커튼을 암막으로 바꾸면 안 되냐고 했다. 신혼이라고 애써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달린 화이트 톤으로 바꾸었는데 "늦잠을 잘려면 암막이 좋다"라는 것이다. 또 그런가 보다 하고 알았다 했다. 우리 부부는 늦잠을 모르건만 아들 녀석은 직업상 일이 많고 잠이 늘 부족하다길래 집에 와서라도 늦잠 자라고 또 바꾸기로 했다. 거실 커튼을 한 그 집 사장님 내외분이 싹싹하고 커튼도 마음에 들어서 다시 방문을 했다. 이 참에 방마다 오래된 커튼을 다 바꾸기로 했다. 마침 가게에 들어서니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이 있었다. 이야기 물꼬가 커튼보다는 책이야기부터 터지다가 그만 누구도 어찌어찌 함께 토론회를 하고 있고 등등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 아, 나도 그 사람이랑 저 사람이랑 잘 알아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아니까 그리고 친하니까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커튼으로 다시 돌아와 색상을 선택하고 견적을 뽑았는데 지난번에 거실 하나 맞춤했을 때보다 이번에 방 세 개값이 훨씬 저렴하게 느껴지는 가격이었다. 그다음에 주인이 하는 말, " 누구도 알고 누구도 알기에 그래서 원가만 받기로 했어요." 했다. 순간 나는 '아,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나는 왜 감사하지가 않지?' 띵했다. 그럼 저번에 거실 커튼 가격은 뭐지? 거실 창 하나 규격과 방 세 개 창 합한 규격을 비교해 보면 당치도 않는 견적이었다. 당연히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기는 했다. 어찌어찌하여 새것으로 바뀐 커튼으로 인하여 방마다 한낮이 되어도 암막 효과가 있어 컴컴하다. 아니 캄캄하다. "아들아, 엄마 아는 사람이 있어 커튼 좀 싸게 했다" 하니 "엄마 원래 그래요. " 한다. 뭐가 원래 그렇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