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진부 陳腐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 보면 쇼우윈도에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을까
....... 이하생략(홍윤숙 시-장식론 1에서)
평소에 귀걸이를 비롯한 금붙이를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직장 근무 시에는 행사가 있을 때만 간단한 귀걸이, 목걸이를 하고는 끝나면 즉시 빼어버렸다. 사석에서 동료들은 장신구 하나만 걸어도 세련되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무거웠다. 불편했다. [홍윤숙 님의 시] 한 구절처럼 ' 나 아직 젊은데 뭐 그렇게 더 달아야겠냐?' 싶은 마음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당한 젊음 패기가 가득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오늘 집안 정리를 하다 문득 눈에 작은 상자가 들어왔다. 보석상자라고 하기에는 좀 자그마한 나무로 된 소박한 상자다. 40여 년 전, 결혼 때 남편과 같이 한 목걸이와 반지가 보였다. 조금은 색이 바랜 느낌이 들어 어디에선가 들은 상식으로 치약을 묻혀 닦으니 반짝거리며 빛을 발한다. 목걸이, 귀걸이를 걸어보고 반지도 해서 거실로 나가니 무심코 쳐다보던 남편의 눈에 그것들이 보였나 보다. " 안 하던 그런 것들은 와 달고 있노?" 한다. 갑자기 [장식론 시] 몇 구절을 내가 읊으니 남편이 지은이가 홍윤숙 님이라고 알려준다. 남편도 알고 있었나 보다. 거울을 보니 어색했다. 그래, 이런 것들이 뭐가 필요하노 싶다.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더 건강한 몸 하나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쓰잘데기없는 육신의 장식품인 것이다. 다시 상자 속, 있던 자리에 넣어둔다. 나는 내가 소중한 보석이다. 훗날 나 떠나고 없을 때 누군가 이 작은 상자를 발견하면 주인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