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시에 모여 사는 교대 동기들이 모였다. 발령받고 결혼하고 아이들 커갈 무렵에 서너 명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곤 하던 우리는 계속 만나기로 하였었다. 세월이 흘러 30년이 되어가는 모임 인원은 남녀 열여섯 명이 되었다. 봄비라 하기에는 좀 굵은 빗줄기를 뚫고 장소로 향했다. 갑진년 2월 말로 정년퇴직한 친구가 두 명이 있어 축하하는 자리였다. 생년월일이 늦게 되어 나보다 1년 6개월을 더 현직에 있은 셈이다. 남녀 목소리가 범벅이 되어 시끌벅적할 법도 하지만 역시나 주변에 방해가 될까 봐 칸막이를 치고 모두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눴다. 텃밭을 한다는 친구, 서부 유럽 여행을 간다는 친구, 산티아고 둘레길을 간다는 친구, 색소폰을 비롯하여 악기, 민화를 비롯한 그리기, 일본어를 비롯한 외국어 배우기 등등 각양각색 저마다 인생 2막을 펼쳐가고 있었다. 현직에 있을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퇴직하면 먹고 자고 놀기만 할 거라던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가르치던 일을 하던 친구들은 이제 다양한 배움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각자의 취미, 생산적인 일도 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며 이제 운전이 걱정된다며 빨리 일어서자고 했다. 세월은 우리들의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져갔나 보다. 모두 겁쟁이가 되어있다. 특히 건강 문제에는 더더욱 불안해한다. 자주 나오던 몇몇 친구들은 몸이 안 좋다며 결석이었다. 다가오는 4월부터 매주 1회 우리 시내 주변 둘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근육을 길러야 한단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시간이 나면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하였다. 같은 대학 동기 친구들이다 보니 척하면 척이었다. 호칭도 남자여자 가리지 않고 그냥 모두 ○○야!라고 이름을 부른다. 시골동네 친구들 같다. 두 달마다 만나는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었더니 기분이 너무 홀가분하였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 좋다. 집에 도착하니 "무조건 건강 챙기자."는 톡이 와 있었다. 감사한 오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