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으로 준비했다. 약속한 바가 있기에 둘이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계획에 옮겼다. 우리는 둘 다 기획을 꼼꼼하게 하는 성향이다. 4월 1일, 새벽 6시에 차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기 전날,
나는 완도여객선터미널과 제주 숙소 주소까지 입력하였고 내가 사는 곳에서 완도까지 걸리는 시간과 중간중간 거쳐가는 길의 시뮬레이션도 했다. 1시간 늦게 출발하자는 남편의 생각이었으나 길 위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있을지 모른다는 나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완도항 도착 예정시간은 12시, 휴게소에 잠시 들른다고 해도 배가 출발하는 오후 3시까지는 넉넉하였다. 김치를 비롯하여 간단한 밑반찬과 둘레길 걷기에 필요한 옷가지 등을 챙겨보니 한달살이에 뭐가 그리 무겁니? 싶으면서도 나름대로 비운 것이 여기저기 꽉 찼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는 완도항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차를 선적하는 3 부두를 확인하고 실버리클라우드호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배는 엄청 컸다. 몇 톤인지 그런 것은 모른다. 숫자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서 패스하고 그냥 엄청 컸다는 표현이다. 그 큰 배에 내가 직접 차를 운전하여 4층에 주차하고 나오니 뭔가 뿌듯했다. 남편은 운전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내가 자주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간이 큰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하다 보니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남편은 사진을 찍어준다. 승선할 때 보니 승객들의 늘어선 줄이 꼬불꼬불 엄청났다. 아하, 모두들 세상밖으로 많이 다니고 있었구나 싶었다.
2등석 의자 좌석에 있다가 갑판 위로 올라가니 제주를 향해 배는 미끄러지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멀미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2시간 50분 걸려 제주항에 도착 후, 차와 함께 땅으로 내려오니 오후 6시 20분경이었다. 거의 1시간을 달려 7시 조금 넘어 숙소에 도착후, 짐을 챙기고 라면과 집에서 챙겨 온 꼬마김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였다.
전원주택이나 우리는 2층이고 먼저 자리 잡은 아래층에서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활기차게 들려왔다. 젊음이 부러웠지만 우리도 이제부터 여행 시작이다. 숙소가 깨끗하고 호스트의 안내가 너무 친절해서 더 좋다. 남편은 여기와서도 영어 공부를 정리하고 있다. 못 말린다. 아니 그냥 바라만 본다. 각자의 루틴이 있으니까. 첫날 하루는 길과 바다에서 다 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