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는데 나이 탓인가? 긴장이 풀려서인가? 군데군데 아프기 시작한다. 아파트 뒷산 왕복 2시간을 걸어도 튼튼하던 다리가 이제 무릎이 시리다. 걷기만 하고 오던 내가 쉬었다 오는 시간을 가지니 저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겨우내 보던 연못 속에 봄이 담겨있다. 오가는 산객들에게 쉬어가라는 벤치가 고맙기만 하다. 시내이지만 뒤에 산을 가진 아파트라 저런 호사로움을 느낀다. 너무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세상을 살았다. 이제 부자는 아니지만 밥은 먹고살만하다. 주변에서는 나에게 집안 대소사 다 끝났으니 편하게 살아라고 한다. 그러고 싶다. 노력 중이다. 그런데 팔다리가 아프고 잠이 안 오는 노인 증세가 나타난다. 어쩔것인가? 인정해야지 싶다. 아들과 도란도란 통화하던 남편이 그런다. "야, 임마!노트북 택배로 부치지 말고 아무리 바빠도 가지고 와. 얼굴도 보게." 우리 걱정 말고 니 일이나 잘하고 건강 챙기라 하던 남편도 이제 마음이 허허로운가 보다. 며느리 전화가 오면 서재에서 거실로 마구 달려 나온다. 목소리 톤이 아주 높고 경쾌하다. 자식들을 보고 싶어 하는 걸 보니 강철같은 성격의 저 남자도 무너지고 있구나 싶다. 나 역시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부모님들께 더 자주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터인데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