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생각
마치 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느낌이다.
비로소 나만의 하늘이 보이고, 나만의 햇살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리쬔다.
기억상실이라도 앓았던 것처럼, 며칠의 감각이 비어 있는 기분이 든다.
곤한 몸으로 달콤한 잠을 자고,
곤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으며
‘살아 있다’는 감각을 다시 확인한다.
이 단순한 사실이 오늘은 이상하게도 또렷하다.
내가 멈춘다 한들 시간은 흐를 것이고,
내가 따라가려 한들 시간은 서 있지 않을 것이다.
우주의 이치에 맞춰 가는 것뿐인데,
왜 우리는 종종 부드럽게 흘러가지 못하고
수많은 돌부리에 부딪히며 지나야 하는 걸까.
결국 멍투성이와 주름만 남는다면
인간은 누군가의 실험 대상일 뿐인 걸까,
그런 생각까지 미끄러져 나온다.
하지만 문득 깨닫는다.
부딪히며 흘러왔다는 건,
그만큼 끝내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것을.
오늘은 그저,
내 하늘과 내 햇살 아래에서
조금 덜 다치며 지나가기를.
그리고 이 하루가
내가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길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