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마음

by 멈춤의 일기장

딸이 세 살쯤 되었을 때의 일이 문득 떠오른다.
외식을 하던 중, 옆 테이블에 자기보다 더 어린 아기가 있었다. 그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딸은 갑자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렸던 것 같은데, 딸의 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그냥 슈퍼에서 사주면 안 돼?”


너무 기가 막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 아이의 마음속에서 동생은 작은 인형쯤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그 후 정말로 동생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딸은 엄마 노릇의 절반쯤은 해낸 것 같다. 둘째는 아들이었고, 네 살쯤 되자 누나를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생긴 것처럼 늘 누나를 속상하게 만들곤 했다. 그래도 결국 더 많이 참아준 쪽은 누나였다. 지금도 두 남매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지낸다.


딸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어 짧게 이동하며 일할 때가 많다. 나는 글을 쓴다는 이유로 딸을 따라다니며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나이가 들며 스며든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딸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기꺼이 함께해 준다.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에 급작스럽게 퍼진 코로나로 인해, 딸은 거의 2년 가까운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까운 시간이었을 텐데, 그 시간을 잘 버텨준 것이 고맙다. 그러면서도 ‘첫째’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짐을 지운 것은 아닐지, 늘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오늘은 꼭 말해주고 싶다.
고맙고, 사랑하고, 언제나 행복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눈이 살짝 내려서인지, 힘들었던 기억들이 하얀 눈 아래 덮이는 기분이다. 새 노트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무언가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날이다.


동생을 보내고, 시댁과 짧은 여행을 다녀오며 바쁘게 흘러간 일주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분명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살핀 시간이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몸짓과 눈빛으로 전해지던 고마움과 사랑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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