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마음이 앞서야 하는 순간
아침부터 아들이 화가 나 있다. 제출한 논문이 통과되지 못하고, 수정 요청이 몇 번이고 되돌아오면서 마음이 많이 꺾인 모양이다. 속상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보였다.
오늘은 일정이 없는 날이니 마음을 가다듬고, 원하는 대로 고치고 또 고쳐서 기준에 맞춰주라고 나는 잔소리를 했다. 사실은 빨리 끝내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벼워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 말이 잔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외출 준비를 하던 딸이 한마디 거든다.
엄마는 공감을 해주면 거기서 끝내야 하는데, 마지막에 꼭 잔소리를 덧붙인다고.
내가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했던가. 가만히 나를 뒤돌아보니, 늘 따뜻하게 안아주고 잘했다고 칭찬하면서도 혹시 실수가 생길까 봐 마지막엔 ‘충고’라고 믿는 말들을 덧붙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잔소리라니. “다 너희 잘 되라고 한 소린데…” 서운한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그런데, 곧 알았다. 아이들 입장에서 그 말은 다르게 들릴 수 있겠구나. 이미 자기 일은 자기 힘으로 해내고 있는데, 엄마의 충고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도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에겐 ‘불필요한 간섭’이나 ‘압박’처럼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식들이 어른이 되어갈수록 주도권을 내어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노파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어쩌겠는가. 절대로 뒤집힐 수 없는 부모와 자식인 것을. 혼자서 픽 하고 웃어본다.
앞으로는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공감 뒤에 따라붙는 충고나 잔소리보다, 그냥 “사랑해” 하고 한 번 더 안아주거나 등을 토닥여주는 쪽이 더 필요한 순간도 많을 테니까. 오늘은 말보다 마음이 먼저 가야 하는 날이었나 보다.